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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새 번호판은 후진국형 '페인트번호판'
  • 김봉환 기자
  • 등록 2005-08-28 19:5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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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진형 '반사번호판' 단속카메라 안 찍혀 포기 논란
건설교통부가 내년 11월 도입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는 새 자동차 번호판이 대부분의 국가에서 사용하는 '반사 번호판' 대신 종전과 같은 '페인트 번호판'인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페인트 번호판'을 채택한 이유가 '반사 번호판'은 야간에 무인 감시카메라가 인식하지 못하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건설교통부는 현재 사용 중인 번호판보다 가로가 길고 글자를 일렬로 배치한 새 번호판 모형을 최근 공개했다. 그런데 이 번호판은 현재 사용 중인 것과 마찬가지로 페인트로 번호를 쓰는 방식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야간에도 잘 보이고 각종 첨단 기능도 갖출 수 있는 반사번호판을 채택해야 한다"며 번호판 도입계획을 재검토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건설교통부와 경찰은 "반사번호판은 야간에 무인 감시카메라가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도입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두 번호판의 가장 큰 차이는 안전성이다. 반사번호판은 필름에 그래픽과 글자를 새겨 야간에 잘 보이는 것이 최대 장점이다. 건교부 산하 교통안전공단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반사번호판은 현행 페인트번호판보다 시인성(물체를 보고 인식하는 것)이 20~180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미국은 반사번호판 도입 이후 주별로 교통사고가 4.4~58% 줄어든 것으로 분석됐다. 뉴질랜드도 반사번호판 사용시 야간 충돌사고가 30%까지 감소했다. 반사번호판은 추돌 사고는 물론 야간 뺑소니 사고를 줄이는 데도 효과가 크다는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이야기다.

반사번호판은 또 각종 첨단 기능과 다양한 디자인이 가능하다. 반사번호판에 붙이는 필름에 바코드를 넣으면 도난 차량 여부나 각종 세금납부 실적의 현장점검이 가능하다. 다양한 색상과 그래픽을 넣을 수 있다. 미국 뉴욕주는 뉴욕의 상징인 자유의여신상을 번호판에 새겨넣기도 한다.

이런 이유로 미국.영국 등 전 세계 100여 개 국가에서 반사번호판을 사용하고 있다. 선진국 중에는 드물게 페인트번호판을 쓰는 일본도 최근 반사번호판 교체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지난 2000년부터 자동차 번호판 교체 계획을 세우면서 반사번호판 도입을 추진하려고 했다. 2003년 6월에는 건교부가 반사번호판을 단 차량을 시범적으로 운행한 적도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무인 단속카메라가 야간에는 반사번호판을 식별하지 못하는 사실이 밝혀졌다. 경찰은 곧바로 반사번호판 도입을 반대했다. 경찰은 야간에 두 가지 번호판을 다 찍을 수 있는 단속카메라가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내에서는 야간에 반사번호판과 페인트번호판 모두를 찍을 수 있는 단속카메라가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독일 등 전 세계 3~4개 회사에서만 이 같은 기술을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전국의 경찰 무인 단속카메라는 고정식 2천900여 대와 이동식 490대 등 3천500대가량이 있다.

경찰청은 이 카메라를 독일식으로 교체할 경우 1천400억~1천500억원이 필요하다고 추정했다. 건교부와 경찰청은 일단 "2006년 번호판 교체는 대국민 약속이라 바꿀 수 없다"며 "그러나 카메라 문제만 해결되면 반사번호판도 도입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정작 카메라 기술 개발이나 수입 등 적극적 조치는 취하지 않고 있다.

현재 운행하는 차량의 번호판를 90%정도 바꾸려면 10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현재 사용 중인 번호판과 기능에서 큰 차이가 없는 페인트번호판으로 교체하려고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낭비할 필요가 없다"며 "현재의 번호판을 당분간 쓰면서 예산을 확보, 양 번호판 모두를 인식할 수 있는 카메라를 개발하거나 수입해 기존 카메라를 교체한 뒤 반사번호판을 도입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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