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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G공급사 VS 공정위 '전운' 감돈다
  • 김봉환
  • 등록 2010-04-18 22:5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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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상최대 과징금 부과…양쪽 모두 포기못해 소송 갈듯
공정거래위원회와 LPG공급사 간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역대 최대의 과징금 부과를 놓고 양쪽 모두 배수진을 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12월 LPG를 판매하는 수입사 2곳과 정유사 4곳(SK에너지·GS칼텍스·에쓰오일·현대오일뱅크)에 단일사건으론 역대 최대인 6689억원의 과징금을 매겼다. 2003년부터 6년간 담합을 했다는 이유다. 자진 신고한 SK에너지(1순위)와 SK가스(2순위)는 과징금을 각각 100%와 50% 깎아주기 때문에 실제 부과액은 4094억원이다.

국내 LPG 시장은 사실상 수입사 2곳이 주도한다. 그런데 엄청난 과징금을 맞은 지 불과 넉 달 만에 두 회사의 가격이 다시 똑같아졌다. 업계 관계자는 “공정위 판정이 무리했다는 증거”라며 “LPG 가격이 같은 것은 담합이 아닌 시장 특성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정위 생각은 다르다. 공정위 관계자는 “값이 같다는 이유만으로 담합 결정을 내린 게 아니다”며 “업체 간 가격 합의가 있었다고 본 것”이라고 말했다. 누구 말이 맞을까.

공정위는 아직 이 사건에 대한 의결서를 각 업체에 전달하지 않았다. 의결서를 받으면 해당 업체는 60일 내에 과징금을 내야 한다. 과징금을 안 내거나 절반만 내게 된 SK에너지·SK가스를 제외한 나머지 4개 업체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의신청이든, 행정소송이든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결국 소송으로 갈 것이란 전망이다.

국내 정유사가 원유 정제 과정에서 생산하는 LPG는 국내 소비량의 40% 정도다. 나머지는 수입사가 해외에서 들여온다. 하지만 국내 LPG 충전소 점유율은 거꾸로 정유사가 60%다. 정유사가 부족분을 수입사에서 사들여 자기 회사 충전소에 공급하는 구조다.

공정위는 수입사인 SK가스와 E1이 수시로 접촉해 판매가를 정한 뒤, 거래하는 정유사가 이 정보를 알 수 있도록 해 비슷한 가격대를 유지토록 했다고 판단했다. 수입사가 정유사에 LPG를 판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유사에 안 넘기고 직접 팔려면 충전소 확보 경쟁을 벌여야 하고, 이 경우 공급 가격이 많이 내려갔을 것이란 해석이다.

업체들은 펄쩍 뛴다. 한 업체 관계자는 “LPG 수입가는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인 아람코가 통보한 가격을 기준으로 결정된다”며 “적용되는 환율·세금이 같고, 품질도 똑같아 가격이 같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주장했다.

업계는 정부가 종종 개입하는 것도 주요 원인으로 본다. 수입사의 정유사 공급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다는 입장이다. E1 관계자는 “수입사의 매출·순이익이 정유사의 10분의 1 수준이어서 출혈 경쟁이 어렵다”며 “수입사가 정유사 판매를 끊으면 소비자는 상대적으로 숫자가 적은 수입사의 충전소를 주로 이용해야 해 불편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업계 모두 이번 사건은 포기하기 어려운 승부다. 공정위 입장에선 역대 최고 과징금을 매긴 사건이 법정에서 뒤집힐 경우 체면을 단단히 구기게 된다.

에쓰오일이 2007년 기름값 담합 사건과 관련해 공정위를 상대로 낸 과징금 부과 취소 청구소송에서 최근 대법원이 에쓰오일의 손을 들어줘 더 그렇게 됐다. 공정위 관계자는 “필요한 내용은 의결서에 담길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LPG 담합이 있었다는 것만은 분명하다는 입장이다.

LPG 업체들도 필사적이다. 이번 과징금의 액수가 워낙 커서다. 연 500억원 안팎의 순이익을 올리는 E1의 경우 과징금(1894억원)을 모두 내면 거의 4년치 순이익이 날아간다. 업계 관계자는 “조만간 공정위 의결서가 나오면 지금보다 훨씬 치열한 공방이 펼쳐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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