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보사 경영잘못 손실을 운전자에게만 덤터기씌워
자동차보험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높아져 가고 있다.
자동차보험은 자동차소유자라면 누구나 가입해야 하는 의무보험이다. 손보사들은 사실상 세금성격인 자동차보험료 수입을 기반으로 사세를 키워왔다. 손보사들은 정부의 자동차보험 의무 가입제도로 별다른 노력없이 수입을 올려왔으며 이 수입 중 30% 이상을 사업비로 펑펑 써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국민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노력은 고사하고 매년 적자타령인데다 이를 손쉬운 보험료 인상으로만 해결하려고 하고 있어 더욱 비판이 거세다. 더욱이 정부도 손보사들과 발을 맞춰 보험료 인상에만 급급하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는 것이 대부분 운전자들의 지적이다.
얼마전 금융감독원이 손보사들의 손해율 상승에 따른 경영 악화를 막기 위해 발표한 '자동차보험 경영 안정화 종합대책'을 보자. 이 대책은 오는 9월부터 연간 2회 이상 속도나 신호를 위반해 적발되면 범칙금이나 과태료 납부에 관계 없이 보험료가 올라가는 것이 골자다.
두 차례 이상 속도·신호위반시 보험료가 올라간다는 사실에 운전자들은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대신 안전운전을 하는 사람에게는 0.2% 포인트 정도 보험료를 깎아줘 전체적으로는 더하기와 빼기가 균형을 이루도록 하겠다는 것이니 어찌 보면 흥분할 일이 아니다. 하지만 운전자들이 막연히 반발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통계적으로 보면 교통법규 위반이 많은 사람이 사고 위험도 높은 것은 어느 정도 사실일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이유로 보험료를 올리는 것은 행정편의주의다. 법규 위반을 자주 하지만 평생 사고 한번 안 내는 사람도 적지 않고, 일부 운전을 아주 잘하는 사람은 교통법규 위반을 일삼으면서도 단속은 교묘히 피해간다.
교통법규를 어겨 적발되는 경우에도 여러 사정이 있을 수 있다. 도로의 규정 속도가 현실과 맞지 않아 제한속도의 조정이나 신호체계의 정비 등이 요구되는 곳이 적지 않다. 도로작업 중이거나 비상 및 돌발사태 등 불가피하게 신호나 속도를 어길 경우도 있다. 법질서의 엄격한 준수를 요구하는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다양한 변수를 감안해 대책을 마련한다. 소비자가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도록 배려하는 것이다.
더군다나 법규 위반으로 벌금을 물리고 보험료까지 올리는 것은 이중 처벌이다. 국가가 정한 규정을 위반해서 벌금을 냈는데, 다시 민간사업자가 “법규를 위반했으니 사고를 내지는 않았지만 보험료를 더 내라”는 것은 정당하지 못하다. 법규 위반이 사고를 유발해 시민 안전을 위협한다면 벌금을 대폭 올리거나 단속을 강화하는 것이 옳다.
이 대책은 한 마디로 보험료 인상 대신 다른 제도를 바꿔 보험료를 인상하려는 것이다. 2008년 기준으로 볼 때 2회 이상 적발된 신호·속도 위반은 12만4000건으로 이번 조치대로라면 손보사들은 40억원가량을 추가 징수할 수 있다.
이번 대책을 내놓은 것은 자동차보험 손해율 악화와 사업비율 증가로 보험사들의 경영 효율이 떨어지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금감원은 지난해 말 현재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74.5%, 사업비율이 32.1%로 증가, 경영 효율이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를 소비자에게 부담을 덮어씌우는 꼴이라면 문제가 있다.
당국은 대책의 정당성을 강조하기 위해 운전자를 구태여 교통법규 위반자와 안전운전자로 나누고 있지만 그 경계는 극도로 불분명하다. 그냥 운전자일 뿐이다. 그리고 일반인들을 볼모로 한 대책은 가장 나중에 써야 하는 것이 옳다.
손보사의 영업손실은 전적으로 경영을 잘못한 탓이다. 당연히 그 해결책도 손보사 내부에서 먼저 찾는 게 옳다. 교통법규 위반 등에 대한 할증보험료 강화는 결과적으로 보험료 인상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으며 손보사의 도덕적 해이를 도와주는 것밖에 안된다.
손보사들은 경영적자를 소비자에게 덤터기씌울 게 아니라 자구노력이 우선돼야 할 것이다. 병원의 보험금 부당청구 행위는 여전히 공공연한 비밀이다. 모집비용 등에 쓰이는 사업비와 판매비가 적정한지도 철저히 따져 봐야 한다. 손보사들은 어떤 식이든 계약자가 내는 보험료로 영업손실을 보전하려고 해서는 안된다.
지금 운전자들은 자동차보험에 대한 불신이 그 어느 때보다 깊다. 일부에서는 자동차보험 가입 의무화 제도가 손보사의 배만 불리는 제도라며 이 제도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