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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요금, 출혈경쟁 접고 인상 조짐
  • 이호돌 기자
  • 등록 2010-03-04 23:5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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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동환경 갈수록 악화…물량 위주에서 수익경쟁 전환될 듯
끝을 알 수 없는 과당경쟁으로 담뱃값 수준으로 하락한 국내 택배요금이 올해 설 명절을 기점으로 인상조짐을 보이고 있다.

4일 택배업계에 따르면 더 이상의 출혈경쟁은 무의미해 지고 있다며 노동현장 개선을 위해서도 요금인상 이외에는 별다른 대안이 없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부 업체의 경우 본사 영업조직과 일선 영업소 별로 요금인상을 독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전체 고객들을 대상으로 요금을 일률적으로 인상하는 것은 아니지만, 예전처럼 무리한 저가영업에 나서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택배요금은 지난 1992년 서비스가 첫 선을 보인 후 수도권과 동일 권역의 경우 개당 5~6000원, 타 지역의 경우 7~8000원에 형성됐다. 홈쇼핑, 온라인쇼핑몰 등의 확장에 힘입어 택배시장의 매출은 크게 확대돼 연간 3조원에 이르렀다.

하지만 진입규제 없이 업체 간 경쟁이 과열되면서 물가상승률에도 불구, 오히려 2~3000원이 떨어졌다. 특히 매년 추석과 설 등 평소 기간과 비교해 물량이 대폭 증가하는 시기면 새롭게 쏟아지는 물량 확보를 위해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져 요금하락을 더욱 부채질했다. 이렇게 하락한 요금은 재인상을 어렵게 했다. 평준화 한 서비스로 물량확보 경쟁을 벌이는 데 있어 요금을 저렴하게 하는것 외엔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설 명절 특수기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영업 양상을 보였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택배요금 인상조짐이 여러 곳에서 연출됐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몇 년간의 수익률 악화로 투자여력이 줄고, 현장 배송인력 확보에도 애를 먹자 내부적으로 대기업을 비롯해 중견 기업들까지 이번 설 명절을 요금인상 원년으로 잡았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

여기다 택배기업 최고 경영진들 역시 물량경쟁에서 벗어나 이번 기회에 떨어진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요금인상을 적극적으로 지시했다는 후문이다. 중견 택배사들 역시 이미 오래전부터 요금인상을 주장해 온 만큼 큰 설 명절 특수기에 맞춰 신규 의뢰 물량에 대해서는 기존 요금보다 500원 안팎의 요금인상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택배업계는 올해 큰 폭은 아니지만 일정부분 요금인상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무엇보다 물량증가로 거점 확대가 불가피해 지고 현장 노동환경도 악화될 만큼 악화돼 현 수준의 요금으로는 안정적인 서비스가 불가능해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설 특수기처럼 택배물량이 대량으로 쏟아져 나오는시기엔 어느정도 요금인상이 수월하지만, 설 명절 이후 평소와 같은 수준으로 물량이 감소하면 모처럼 인상한 택배요금을 그대로 유지하기가 어렵다는 전망도 있다.

한 관계자는 "평소 대비 물량이 급격히 증가하는 설 혹은 추석 명절의 경우 어쩔 수 없이 요금인상에 동의해 가격을 올려 받을 수 있지만, 비수기에는 또 다시 일정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가격을 내릴 여지도 있어 향후 가격인상이 계속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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