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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한 전시행정…시동 못거는 '해치택시'
  • 이병문 기자
  • 등록 2010-02-26 17: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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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론 수렴없이 사전 검증·준비 소홀 여실히 나타나
 
서울시가 영국 런던의 블랙캡이나 미국 뉴욕의 옐로캡처럼 도시를 상징하는 택시를 만들겠다며 야심만만하게 도입한 해치택시가 시동도 못건채 곤경에 빠져 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서울시가 제대로 된 여론수렴 없이 사전 검증과 준비를 소홀히 한 채, 해치택시 도입을 서둘렀기 때문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특히 오세훈 시장의 '디자인 서울' 행정의 하나로 무리하게 추진됐기 때문이라는 비판이 높다.

그동안 해치택시의 추진 경위를 보면 이같은 비판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서울시는 2008년 9월부터 현황조사분석과 공청회, 시민여론조사 등을 거쳐 해치택시를 디자인했다. 이어 지난해 2월16일 서울상징인 '해치' 문양과 색채, 서체를 적용해 새롭게 디자인한 '해치택시' 출범식을 갖고 6월 택시요금 인상 시기에 맞춰 대·폐차시 '해치택시'로 교체하도록 택시업계에 지시했다. 하지만 택시업계가 "수십만원에 달하는 디자인 교체 비용을 모두 업체에 부담시키는 것은 부당하다"며 이를 거부하면서 난관에 봉착했다.

더불어 택시 표시등의 크기와 일부 디자인과 색상에 문제가 생겨 서울시는 다시 디자인 선호도 여론조사를 벌여 지난해 10월 최종안을 확정하고 사업자가 비용을 대도록 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택시 제작 단계에서 미리 '꽃담황토색'으로 입혀 올해 1월부터 출고될 수 있도록 자동차 제작사와 협의를 벌였다. 하지만 이것 역시 자동차 제작사가 생산라인 조정과 색상개발에 따른 추가비용 부담 등을 이유로 난색을 표명하면서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서울시는 이 과정에서 2월1일부터 중형택시로 꽃담황토색 해치택시만 등록될 수 있으며, 꽃담황토색 해치택시가 아닌 중형택시는 등록될 수 없도록 각 구청에 지시했다가 이를 다시 취소하는 촌극을 빚기도 했으며, 여의치 않자 일정을 다시 3월로 조정했다.

관련업계는 서울시가 택시업계나 자동차업계의 사정을 감안하지 않고 너무 일방적으로 추진하다보니 이같은 사태가 벌어졌다고 꼬집고 있다. 택시업계는 해치택시 구입비용이 일반택시 차량 구입비용보다 다소 비싸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마땅치않다는 표정이다. 또 훗날 중고차 시장에 차를 팔 경우에도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택시업계 관계자는 "서울시가 전시행정만 하려 한다"며 "서울시가 시 브랜드를 홍보하는 택시를 만들고 싶다면 추가 비용은 시가 부담하는 게 맞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해치택시 색깔 자체가 너무 촌스러워 환영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시장이 바뀌면 어떻게 될 지 모른다"고 여운을 남겼다.

자동차업계 역시 해치택시 제작에 추가 비용이 드는 데다 택시업계에서 꺼리는 점이 부담스럽다. 현대·기아차는 택시차량 시장점유율 85%를 차지하고 있으나 택시수요가 한정된 만큼 특정 색상의 택시 생산은 여러 면에서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서울시가 차량 도색을 물감 색칠하는 것처럼 간단한 공정으로 이해하고 있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르노삼성과 GM대우는 해치택시를 만들려면 기존 생산 라인을 없애고 새 도장 라인을 만들어야 하는데 채산성이 맞지 않아 생각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르노삼성과 GM대우는 최근 코트라의 외국인투자 옴부즈맨 전담팀에 '서울시 정책이 진입규제'라는 민원을 제기했다.

현재 서울시 계획 대로라면 늦어도 다음달부터는 해치택시 제작과 보급이 본격화되어야 하지만 양쪽 업계 사정으로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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