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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면허 간소화 취지 제대로 실현될까?
  • 이병문 기자
  • 등록 2010-02-26 15: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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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업도 덜 받고 비용도 줄지않게 된다면…?

지난 24일부터 시행된 운전면허 간소화 조치의 취지는 운전면허 취득에 드는 비용과 시간을 줄여 서민생활에 도움을 주고자 한 것이다. 하지만 당초 기대한 것만큼 취득비용이 대폭 줄어들지는 큰 의문이다.

경찰청이 전국 409개의 운전학원 중 수강료 공개에 동의한 369개 학원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1종보통면허 기준 평균 금액은 71만1000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종전 평균인 85만6000원에서 14만5000원 인하돼 17%가량 하락한 것이다. 정부는 당초 운전면허 간소화 조치가 시행되면 30만원 정도의 인하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는데 이에 훨씬 못미치는 수준이다.

또 비싼 수강료를 공개하지 않으려는 학원들도 많으나 수강료 자율화로 인해 정부가 이를 강제할 수도 없는 형편이다.

그동안 운전면허증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여러 단계의 시험을 거쳐야 했다. 특히 장내 기능시험은 일반 면허학원 등에서 수련을 한 뒤에 면허시험장에서 시험을 치르는 방법과 운전전문학원에 등록을 해서 학원 자체에서 시험을 치르는 방법으로 구별되는데 운전면허 간소화 조치는 운전전문학원에서의 비용 절감을 노린 것이다.

하지만 운전면허를 취득하려는 사람들은 저렴한 면허시험장보다는 오히려 값비싼 전문학원의 장내 기능시험 코스를 선택하는 경향이 높다.

이같은 이유는 면허시험장에서 불합격자가 많이 나오기 때문이다. 결국 현행 운전면허제도는 면허를 쉽게 따려면 전문학원에 가고, 어렵게 따려면 면허시험장에 가라는 이상한 선택을 강요하고 있는 형국으로 대부분의 소비자는 울며 겨자 먹기로 터무니없이 비싼 전문학원을 택하게 된다. 이런 점을 볼 때 원래 운전면허를 선진국처럼 개선하겠다는 목적아래 도입된 전문학원제도가 심하게 왜곡돼 있다고 할 수 밖에 없다.

정부는 서민 비용절감을 위해 운전면허 취득단계와 절차를 줄였지만 학원 수강료가 크게 내려가지 않는다면 수험생은 수업만 덜 받고 돈은 똑같이 내는 결과를 가져 올 것이다. 제도가 바뀌면서 의무교육시간이 35시간에서 25시간으로 10시간 단축됐기 때문에 교육시간 대비 수강료를 계산할 경우 실제 수강료는 올랐다. 오히려 학원 입장에서는 시간과 비용은 덜 들고 수입은 더 늘어나는 셈으로 학원만 이득을 볼 수 있다.

교통안전 선진국에서는 운전면허를 쉽게 따는 방법이 따로 존재하지도 않으며 정부가 이를 조장하지도 않는다. 운전면허 간소화 조치가 취득비용도 별로 줄지않고 수업도 덜 받는 결과를 초래할 때, 그동안 손쉽게 따기 쉬운 면허 제도를 주창한 정부는 국민의 지지를 잃을 뿐 아니라 교통안전까지도 담보하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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