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성남 등 서울 인근의 경기도 도시에서 요즘 쫓고 쫓기는 택시 추격전이 한창이다. 서울 택시와 경기 택시 간 영역다툼이다.
경기 택시 10여대가 릴레이로 서울 택시 1대의 뒤를 쫓는 일명 '토끼몰이'도 곳곳에서 벌어진다. 서울 택시기사는 "경기 택시의 견제가 너무 심해 다른 구역에 가면 화장실조차 못 간다"며 불평한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과 경기택시간 전쟁은 지난해 6월 서울시가 택시 기본요금 인상과 함께 20% 할증제를 폐지하면서 불붙었다.
그간 서울 택시가 시 경계를 넘어 다른 구역에 진입할 때는 할증 요금을 받았다. 더불어 서울 택시회사들은 기본료 인상을 이유로 사납금을 하루 평균 1만2000원 올렸다. 요금 인상으로 고객은 줄었는데 사납금이 올랐으니 수익은 떨어졌다. 게다가 할증 요금도 받을 수 없게 됐다.
이때부터 서울 기사의 공격 영업이 시작됐다. 신도시에 진입했다가 빈차로 돌아오지 않기 위해 구역 밖에서도 손님을 적극적으로 태우게 된 것이다.
택시는 시·도별로 운송사업 구역이 정해져 있다. 귀로영업(영업 구역으로 돌아가는 길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하는 영업)을 제외하면 다른 구역에서 손님을 태우는 게 불법이다. 서울이 영업 구역인 택시가 고양·성남 등에서 영업하다 적발되면 과징금이 최대 40만원이다.
전쟁이 가장 치열한 곳은 고양시다. 고양 택시의 영업 구역은 267.31㎢로 분당신도시가 포함된 성남시(141.82㎢)보다도 넓어 택시 업계에선 황금 구역으로 통하기 때문이다.
고양시 교통지도과 관계자는 "우리 지역 택시기사들의 민원이 하도 많아 매주 한 차례 밤 9시∼새벽 2시 서울 택시 단속 및 계도 활동을 한다"고 말했다.
고양 개인택시기사 A씨(45)는 “밤 9시 라페스타(쇼핑몰)나 터널나이트(유흥업소), 화정역 부근에 가면 서울 택시가 줄 서 있다”며 “서울 차가 그냥 빈 차로도 영업하러 일산에 들어온다. 너무 많이 들어오니 나가라고 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불만을 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