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택시 운전자들이 열악한 노동환경으로 인해 각종 질병에 노출 돼 있지만 정부는 이에 대한 미비한 대책으로 원성을 사고 있다. 이들은 근무시간이 너무 길고 손님 안전문제 등에 신경을 쓰다보니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정신적·육체적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서울시내 버스 운전자들은 하루에 12시간 근무를 하는데 쉬는시간이 2시간밖에 안되고 심지어 지방은 5시반부터 11시까지 근무를 하는 곳도 있다. 이들은 하루 14시간을 일하지만 쉬는시간은 임금에서 제외된다. 원거리 운전일 경우 한달에 몇 번씩 외박을 하는 경우도 많다.
사고가 났을 때 기사들이 받는 책임과 고통도 너무 크다.
인천시내버스 운전기사인 A씨(50)는 “5년전 대형사고가 났는데 지금도 길을가다 쿵 소리만 나도 많이 놀란다”고 말했다. A씨는 정부가 제도적인 개선도 하지 않으면서 버스 운전기사들에게 서비스 정신 등을 요구해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힘들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도 정신건강 문제의 상당부분을 차지한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홍희덕 의원(민주노동당)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택시 운전자 중 사고를 경험한 노동자들의 34%가 외상후 스트레스장애 질환이 의심되고 35.2%가 우울증으로 의심받고 있다.
또 버스 운전자들은 외상후스트레스장애가 의심되는 자가 28.4%, 우울증이 의심되는 자는 25.2%로 조사됐다.
버스·택시 운전자들의 건강에 대해 전문의들은 스트레스가 많아 위궤양 등 위장장애도 걸리기 쉽고 불안이나 우울증 등의 정신질환에도 노출돼 있다고 진단한다.
인하대학교병원 산업의학과 임종한 교수는 “소변을 보고 싶을 때 빨리 봐야하는데 오래참고 나중에 보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방광염도 생길 수 있으며, 식사를 제때 못해 신경성 위궤양을 경험한 운전자가 많고 개인차에 따라 스트레스로 인해 우울·불안을 경험하거나 혹은 공격적인 성향을 보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버스·택시 운전자가 뇌혈관질환 심장질환에 의해 산재 신청을 할 경우 산재인정을 받을 수 없다.
가톨릭대학교 성모병원 김형렬 교수의 버스, 택시 운전자 정신건강 실태 조사에 따르면 버스운전자의 경우 사고후 산재처리를 한 사람은 24.2%며 사고에 대한 금전적 부담을 한 노동자가 41.9%에 달했다. 사고 발생 후 휴가를 받은 사람은 24% 뿐이었다.
노조는 하루 운전시간이 12시간 중 9시간에 해당한다 하더라도 식사 시간외에는 승객을 태우기 위해 대기해야 하는 시간이나 운전을 준비하는 시간이므로 이를 노동시간으로 인정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또 운전노동의 경우 자율성이 확보돼 있다고 하나 기본급여가 매우 낮게 책정돼 있어 스스로 휴식을 선택하기 매우 어려운 구조라는 점에서 자율성을 전제할 수 없다며 산재인정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노동부는 “운수노동자가 정신질환이나 질병에 걸렸을 때 산재 인정이 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다만 스트레스를 주는 요인에 대해 펑가하고 개선대책을 마련하도록 사업주에게 권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동부 관계자는 "‘직무스트레스 예방사업’에 운수업을 포함시켜 진행하고 산업안전보건규칙 조항에 따라 안전공단에서 지원사업과 지도를 하는 등 개선을 위해 노력중이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