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대목은 무슨…갈수록 불황입니다"
지난 연말 서울 영등포역에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던 한 택시운전기사의 푸념이다.
그는 "손님들이 택시보다 값싼 대리운전을 선호하고 있다"며 "몇 년 전만 해도 연말에 하루 20만원은 거뜬 했는 데 요즘은 하루 종일 운행해도 10만원도 채우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같은 시간 PDA를 확인하며 손님을 찾고 있던 한 대리운전 기사는 "지난 10월까지만 해도 하루 3콜 이상 받기 힘들었는데 이달에는 최소 7콜 이상 넘게 받고 있다"고 말했다.
연말연시를 맞아 택시업체와 대리운전업체의 명암이 엇갈렸다. 송년회 등 연일 계속되는 술자리 이후 안전한 귀가와 다음날 차를 몰고 출근할 수 있는 이점이 있어 택시 대신 대리운전을 선호하는 운전자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대리운전업체 간에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가격 할인, 쿠폰제 등 ‘손님 모시기’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택시업계 수익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한 대리운전업체 관계자는 “경기가 불황이라도 해도 연말만큼은 기사가 없어 콜이 와도 소화하지 못할 정도”라며 “경쟁업체가 많아 예전보다 수익은 줄었지만 평소에도 연말처럼만 콜이 들어왔으면 좋겠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반면 택시업계는 경기불황과 함께 대리운전업체의 등장으로 이용객이 급감해 울상이다. 손님을 태우더라도 경찰서에서 술 취한 손님과 승강이를 벌이는 경우도 많아 ‘이중고’를 겪고 있다.
한 택시기사는 “취객을 피하고 싶어도 사납금을 채우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태우고 있다”며 “택시운전을 접고 대리운전기사로 자리를 옮겨야 할 지 고민 중이다”고 하소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