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미국 뉴욕의 옐로우캡이나 영국 런던의 블랙캡 처럼 서울의 상징택시를 표방하며 추진중인 해치택시의 실제 생산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서울시는 내년 1월부터 출고되는 택시 전체를 '꽃담황토색'으로 입혀 서울시내 모든 택시 디자인을 서울 고유의 해치택시로 통일하기로 하고, 택시 제작 단계에서 미리 '꽃담황토색'으로 입혀 출고될 수 있도록 자동차 제작 업체와 협의하고 있다.
하지만 자동차업계가 난색을 표해 서울시의 이같은 계획에 당장 브레이크가 걸렸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는 생산라인 조정과 색상개발에 따른 추가비용이 들어 해치택시 출고가 곤란하다고 13일 밝혔다. 협회는 최근 이 같은 내용의 건의서를 서울시에 제출했다.
협회에 따르면 우선 꽃담황토색으로 택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색상 개발을 위한 선행 검토, 도장 물성 평가, 도장라인 적합성 평가, 컬러매칭 및 양산 준비 등 1년 이상 준비기간이 필요하다. 또 별도의 도료탱크 부지도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
게다가 생산라인 조정도 필요하다. 승용차공장 특성상 추가색상 투입은 도장공정라인 생산 지연을 유발시켜 수출차량을 포함한 전체 생산물량 차질을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부품업체도 타격이다. 범퍼, 백미러 등을 납품하는 업체들은 꽃담황토색으로 도색하기 위해 원가가 더 들어간다.
뿐만 아니라 택시 소유자도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 차령이 다 된 택시(4~7년)를 중고차로 처분할 때 꽃담황토색을 일반 색상으로 바꿔야 하기 때문에 추가 비용 80만 원 정도가 더 든다.
협회 관계자는 "서울시가 자동차업계와 충분한 사전협의없이 해치 택시에 대한 비용부담을 전가시키는 것은 수용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또 자동차제작사 관계자는 "서울시의 해치택시 정책방향은 자동차산업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발상"이라며 "경차에서 대형차까지 다양한 택시 차종을 특정 색상에 맞춰 공장별로 생산하는 것은 도색 공정 운영상 어렵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올해 초 택시산업을 도시 브랜드 서비스 업종으로 만든다며 서울의 상징 '해치'와 함께 부분적으로 서울 대표 10색 중 하나인 '꽃담황토색'을 입히고, 시가 개발한 글씨체인 '서울남산체'를 활용해 해치택시를 도입했다.
하지만 차량 출고 이후 별도의 도색이 필요하기 때문에 비용이 추가적으로 들어 업자들의 반발을 샀다. 업자들로서는 굳이 자비를 들여가면서 종전 외관과 크게 다를 바 없는 멀쩡한 택시 디자인을 바꿀 필요가 없었던 것.
서울시는 사업자가 비용을 대도록 했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택시 제작 단계에서 미리 '꽃담황토색'으로 입혀 출고될 수 있도록 자동차 제작 업체와 협의했다고 밝혔으나 이번에 한국자동차공업협회가 공식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을 밝혀 해치택시 도입은 당분간 차질이 예상된다.
한편 서울시는 해치택시 디자인을 위반하면 1차 위반시 운행정지 5일 또는 과징금 10만원, 2차 위반시 운행정지 10일간의 처분이 내려진다고 이미 공고해 논란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