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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파업 조속해결 난망…승객들만 불편 가중
  • 강석우
  • 등록 2009-12-01 06:3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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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사, 서로 '무장해제'만 요구…'감정의 골'만 깊어져
철도 파업이 30일로 5일째에 접어들며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전국철도노조와 코레일(한국철도공사)측이 서로 한치의 양보없이 줄다리기만 하면서 해결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러는 사이 화물열차 운행률이 크게 떨어져 수출입 화물, 시멘트 등의 물류수송 차질이 계속되고 있고 새마을, 무궁화 등 일부 여객열차도 정상 운행되지 않아 승객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파업이 장기화되면 국민생활과 경제에 미치는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이번 파업은 지난 94년 6월23일부터 6일간 이래 역대 최장기간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철도노조 파업은 노사 양측이 한발씩 양보해 타협점을 찾기보다는 서로에게 일방적인 '항복'이나 '무장해제'만을 요구하고 고소·고발을 주고 받으며 '감정의 골'만 깊게 파고 있다.

또 복수노조 허용과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등과 관련한 정부와 노동계의 갈등과도 맞물려 쉽사리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수사당국은 이번 파업을 불법파업으로 규정하고 공사측이 고소한 노조 집행부 등 조합원 187명의 업무방해혐의 등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 불법 파업인가 = 검·경은 철도노조가 사측의 일방적 단협 해지를 파업의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정부가 추진하는 공기업 선진화에 저항하기 위한 '정치파업' 성격이 짙고, 이 경우 불법의 개연성이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

검찰 또 노조가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워크숍 일정에 맞춰 파업을 시작하는 등 목적 자체에 불법성이 있을 수 있어 신속한 조사를 토대로 결론을 낼 계획이다.

수사당국의 이 같은 강경대응에는 "불법에 대해 원칙을 갖고 강하게 대응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밝힌 이명박 대통령의 입장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노조는 "이번 파업은 필수유지 인원을 남겨두고 찬.반 투표 절차도 지켜 정당한 파업"이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수사당국이 노조의 허준영 공사 사장 등에 대한 고소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공사측 고소에 대한 수사만 강압적으로 해 이중잣대를 들이대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 피해 '눈덩이' = 철도노조의 파업으로 코레일의 영업손실액이 47억원을 넘어섰다.

코레일은 파업 첫날인 지난 26일부터 나흘동안 총 영업손실액이 47억6000만원에 달한다고 잠정 집계했다. 화물열차 운행 중단에 따른 손실액이 26억1000만원, 여객분야 7억2000만원 등이며 대체인력 투입비용도 14억3000만원에 이르고 있다.

코레일은 노조측을 상대로 역대 최대규모의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해 피해액을 전액 환수할 방침이다

노조는 이에 대해 "공사측이 영업손실 규모를 부풀려 발표하고 있다"며 "특히 이번 파업이 합법적인 만큼 손해배상을 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 승객 불편·물류차질 여전 = 노조 파업 닷새째인 30일에도 새마을·무궁화 등 일부 여객열차의 운행이 평균 60% 정도만 이뤄져 승객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KTX와 수도권 전철, 통근형 열차 등은 평상시와 같이 정상 투입되고 있지만 일부 열차 운행에 미숙한 외부 대체인력까지 투입되고 있어 '불안한 운행'이 계속되고 있다.

화물열차 운행횟수도 68회까지 늘어 다소 활기를 띠었지만 아직 정상 수준에는 한참 못미쳐 물류 수송차질이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 파업 장기화되나 = 노사 양측이 서로에게 일방적인 '백기'만 요구하고 있어 이번 파업은 당장 해결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발씩 양보해 타협점을 찾지 않으면 장기화될 공산이 크다.

철도노조는 파업 이틀째인 지난 27일 공사측에 교섭 재개를 정식 요청했지만 공사측은 30일까지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 노조가 파업을 즉각 중단하지 않으면 교섭은 없다는 것이 공사측의 확고한 입장이다.

공사 허준영 사장은 "어떠한 경우에도 적당한 타협은 없으며, 그동안의 잘못된 관행과 부당한 요구, 불합리한 제도를 법과 원칙에 따라 이번에 반드시 바로잡아 새로운 노사관계를 정립하겠다"고 강조했다.

단협 및 임금협상 핵심 쟁점사항에 대한 노사 양측의 시각 차이도 워낙 커서 교섭이 다시 시작된다 해도 여전히 '헛바퀴'가 돌 가능성이 크다.

◇ 파업 누구 책임인가 = 이번 파업의 원인을 둘러싼 공방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쟁점 사항에 대해 교섭이 진행중인 가운데 공사측이 기습적으로 단협해지를 통보, 그동안의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됐다"며 파업의 책임을 공사측에 돌렸다.

반면 코레일은 "단협 해지로 파업에 돌입했다는 노조의 주장은 허울좋은 명분에 불과하다"며 "지난 21일 투쟁지침을 통해 26일부터 파업을 하겠다고 예고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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