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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음마 수준인 자동차부품 재활용
  • 이병문 기자
  • 등록 2009-11-20 01:5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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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손해보험사들이 2007년 1년 동안 지급한 자동차부품 비용은 모두 1조3000억원이다. 이 가운데 600억원가량은 피해가 크지 않아 새 부품으로 교체하지 않아도 되는 비용이라는 게 손보사들의 분석이다. 폐차업계에 따르면 2만개가 넘는 부품이 어우러져 달리는 자동차가 사고가 날 경우 우리나라는 통째로 폐차가 된다. 2만개의 부품 중 멀쩡한 대다수 부품이 그냥 고철이 되는 셈이다.

자원 재활용이 세계적인 이슈로 뜨고 있지만 국내 자동차부품 시장에서 재활용부품의 활용률은 2%대에 머물고 있다. 재활용부품 활용률이 낮으면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부담이 전가된다. 최근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의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품질이 비슷한 순정부품과 재활용부품을 비교했을 때 재활용부품의 가격은 순정부품의 26~37% 수준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운전자가 안 써도 될 곳에 3, 4배나 비싼 부품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재활용부품의 활성화는 소비자에게는 경제적인 효과를, 전지구적으로는 환경오염 감소와 자원절약을 가져다줄 수 있다. 2007년 자원순환법이 시행된 만큼 정부가 직접 나서서 재활용부품에 대한 안전성 및 사용률을 높여야 한다. 재활용부품 사용 활성화는 재활용부품에 대한 소비자 신뢰가 관건이다.

미국 등 선진국들은 양질의 재활용부품에 대한 신뢰를 높이기 위해 인증기관을 도입했다. 미국자동차부품인증협회인 카파(CAPA)는 불량의 비순정품을 가려내고 안전한 제품만 인증하고 있어 소비자는 보다 좋은 제품을 싼 가격에 살 수 있는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현재 5500여개의 부품을 인증했다.

일본은 2001년 재활용부품 활성화를 위해 일본재활용부품판매단체협의회(JAPRA)를 설립했다. JAPRA가 양질의 재활용부품 공급을 맡고, 손보사들도 재활용부품을 사용할 경우 보험료를 5% 할인하는 상품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소비자들의 재활용부품에 대한 신뢰도가 급증했다. 현재 일본의 자동차부품 재활용률은 90%를 넘어섰다.

EU는 2000년 들어 자동차에 대한 재활용 정책을 대폭 강화해 사고차량의 수리작업에 85% 이상을 재활용부품으로 이용하도록 하는 등 자원 재활용에 열심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음성적으로 일부 재활용부품이 판매되고 있는데 안전성 여부가 불확실해 문제가 많다. 모든 재활용부품에 대한 데이터베이스화를 통해 언제 어디서나 안전한 재활용부품을 싼값에 공급할 수 있도록 준비가 시급하다. 또 재활용부품을 사용하면 보험료를 경감해주는 등 소비자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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