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M·산은 팽팽한 줄다리기…헨더슨 사장 방한 성과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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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과 GM대우에 대한 자금지원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방한한 프리츠 헨더슨 제너럴모터스(GM) 사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결국 뚜렷한 성과없이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게 됐다.
헨더슨 CEO는 2박3일 방한 기간동안 이렇다 할 협상 결과를 내놓지 않았다. 이에 따라 팽팽한 줄다리기가 계속되면서 협상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헨더슨 CEO는 15일 GM대우 부평공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GM대우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각적인 방안을 모색중이며 자금 확보를 위해 유상증자에 참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일각에서 제기되는 GM대우 법정관리에 대해 "GM대우가 법정관리에 들어가 협력업체들이 어려움을 겪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공식 부인했다.
헨더슨 CEO는 14일 방한 직후 산업은행을 방문해 민유성 산업은행장과 GM대우 지원 문제를 논의했으며, 산업은행측은 자금지원 조건으로 한국산 차량에 대한 각종 라이선스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핸더슨 CEO는 산업은행과 논의사항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회피했다. 그는 "산업은행 관계자들과 GM대우 자금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양측 모두 만족할만한 합의를 했고, 구체적인 내용은 의견조율을 통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GM이 산은의 요구사항에 대한 입장을 전달했으나 양측이 뚜렷한 합의를 도출하지는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민 행장은 GM이 유상증자 참여 확대와 라이선스 이전, 생산물량 보장, 공동 최고재무관리자(Co-CFO) 도입을 일괄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추가 지원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산은의 이같은 압박에도 GM이 버틸 수 있는 것은 GM대우의 유동성 사정이 경기회복에 따른 자동차 판매 개선, 달러-원 하락에 따른 환손실 규모 축소 등으로 어느정도 개선됐기 때문이다.
헨더슨 CEO는 이날 간담회에서도 "수출경기가 회복조짐을 보이면서 수주물량이 증가하고 재무상태도 연초보다는 나아졌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대내외적인 환경이 우호적으로 바뀌면서 GM대우는 협상 시간을 벌게 됐다. 연내 돌아오는 선물환 계약을 채우고, 16일 만기도래하는 대출금에 대해서도 연장 요청을 하지 않고, 상환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협상이 장기전이 되더라도 종국에는 타결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GM도 산업은행도 GM대우를 쉽게 포기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GM은 생산량의 20%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데다 중소형 차량 기술이 축적돼 있는 GM대우를 결코 포기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산업은행으로서도 협상 결렬의 후유증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GM대우를 GM으로부터 독립시킨다고 해도 라이선스를 받지 않는 이상 GM대우가 자체 생산할 수 있는 차량은 없다. 또 매각을 통해 회생을 꾀한다고 해도 가격을 높게 받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산은과 GM이 단기적으로 GM대우에 대해 자금을 내준다고 해도 GM대우의 장기적인 비전 확보는 여전한 과제로 남아있다.
GM대우의 장기적인 비전과 라이선스 문제, 연구개발 등의 청사진이 이번에 제시되지 않으면 GM대우는 향후 몇 년 내에 다시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 공학과 교수는 "3조원에 가까운 환손실을 본 GM대우에게 GM으로부터의 2500억원 유상증자는 큰 의미가 없다"면서 "GM대우는 GM으로부터 보다 확실한 미래비전을 제시받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