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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자 도로·철도 사업 전면 재검토하라
  • 이병문 기자
  • 등록 2009-10-13 21:4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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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수요 예측 거품 의혹
민자 사업으로 건설된 도로·철도가 정부 재정을 까먹는 '돈 먹는 하마’로 전락하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국내의 모든 민자 도로·철도는 사업추진 과정에서 수요가 부풀려지고, 실제 이용률은 이보다 낮다보니 빚더미에 올라앉았다. 앞으로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처럼 거액의 혈세를 잡아먹는 도로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점이다.

얼마전에 코레일이 인수한 인천공항철도를 보자.

인천공항철도는 총 공사비 4조 995억원 가운데 3조 110억원을 민간 건설업체가 부담하는 대신 30년간 운영권을 보장해 투자 금액을 회수하도록 지어졌다.

정부는 민자 유치 당시 매일 23만명(2008년 기준)이 철도를 이용할 것으로 예측했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예상치의 7.3%에 불과한 1만7000명만이 지난해 이 철도를 이용했다.

정부는 민간사업자가 벌어들인 수익이 예상액의 90%에 못미칠 경우 정부가 보존해주기로 한 약속에 따라 2007년 1040억원, 2008년 1666억원을 메워줬다.

정부가 인천공항철도 지분을 코레일에 넘긴 것도 매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예산을 넣느니 공기업이 떠안아 재정 지출을 줄여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인천공항철도에 앞으로 14조원은 더 쏟아부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기도 하다. 애초 정확한 수요 예측없이 이런 사업을 벌인 것부터 문제인 것이다.

국내 최초의 민자고속도로인 인천공항고속도로도 2001년 개통 이후 적자보전을 위해 지난해까지 6973억원의 혈세가 투입됐다. 인천공항고속도로는 당초 하루 이용 차량이 11만~13만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지만 실제 이용률은 52%(2007년 기준)에 그치고 있다.

인천공항고속도로 이외에도 천안~논산에 2446억원, 대구~부산에 1146억원, 서울외곽고속도로에 66억원의 국고금액이 각각 지원됐다.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고속도로 운영회사로 지원된 정부 운영수입 보존비용은 약 1조661억원이다. 문제는 앞으로도 더욱 막대한 자금이 지출될 것이라는 점이다.

정부는 인천공항고속도로, 천안~논산, 대구~부산, 서울외곽고속도로 등 4개 고속도로에 20년간 손실보전금을 국고 지원해주기로 헸다. 앞으로 잔여기간을 적용시 총 2조2736억원의 추가지원이 예상된다. 지금까지의 지원 금액을 더하면 약 3조3397억원의 국비가 지원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흐름이라면 민자로 건설된 도로·철도에 대한 국고보조 금액은 천문학적으로 늘어날 것이 자명하다.

적자에 허덕이는 민자 도로나 철도 사업의 근본 원인은 터무니없이 부풀려진 공사비에 있다. 하지만 이같은 사실을 지적하는 전문가나 언론은 거의 없다. 왜 애초에 계약자체가 잘못돼 있으니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주장을 못하는 것일까? 혹시 민자 도로나 철도 사업의 뒤에 있는 대기업이나 공무원의 유착때문이 아닐까?

지난 7월15일 개통된 경춘고속도로를 파헤쳐보자. 이 회사의 주요주주는 현대산업개발이 25%, 맥쿼리자산운용과 교원공제회가 각각 15%, 현대건설과 한국도로공사가 각각 10%, 롯데건설이 7%, 강원도와 춘천시가 각각 5%, 고려개발과 한일건설 등이 각각 4%씩이다. 전체 사업비 1조7974억 원 가운데 이들이 투자한 자기자본은 18%인 3238억 원에 지나지 않는다. 정부가 지원하는 약정 투자금이 30%, 정부가 보증하는 금융기관 대출이 52%에 이른다.

그동안 건설됐거나 현재 건설중인 민자 도로나 철도는 모두 경춘고속도로의 사정과 비슷하다.

이처럼 자기자본이 20%에도 못 미치는 사업이라면 차라리 정부나 공기업이 직접 발주를 하거나 공개입찰을 통해 가격을 낮추는 방법을 고민해야 했다. 그래서 민자사업의 문제는 부실이 아니라 알짜배기 이권을 둘러싼 공무원과 대기업들의 담합때문이라는 의혹이 일고 있다. 같은 실수를 수없이 되풀이 하면서도 아무도 책임을 지는 공무원이 없고 크게 손실을 보고 물러난 기업도 없다. 늘어난 통행료와 세금 부담은 언제나 국민들 몫이다.

언제부터 고속도로가 돈벌이 수단이 됐나. 대기업의 컨소시엄이 마음대로 부풀려 놓은 공사비를 제대로 된 검증도 없이 받아들이고 엉터리 수요예측을 근거로 최소 운영비를 보전해주기로 하는 계약까지 체결하고 일단 사업이 시작되면 정부 세금을 끌어다가 손해를 메워주는 악순환을 언제까지 계속할 것인가? 내노라하는 전문가나 언론은 왜 문제의 본질을 바로 보지 않는 것일까?

경춘고속도로에 투자한 맥쿼리펀드는 인천공항고속도로, 천안~논산고속도로, 우면산터널 등에도 지분을 갖고 있다. 이들 고속도로들은 모두 정부 소유의 고속도로보다 훨씬 더 많은 통행료를 받으면서도 적자를 내고 막대한 세금을 끌어다 쓰고 있다. 그 가운데 상당 부분이 맥쿼리펀드로 흘러들어간다. 왜 정부가 할 일을 이런 외국계 사모펀드에 떠넘기고 세금까지 쏟아붓나. 맥쿼리그룹과 정부의 유착 의혹이 끊이지 않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런 민자 사업이라면 결국 국민들이 세금으로 다 떠안게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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