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과 주초, 현대·기아차를 둘러싼 '두 개의 상반된 기사'가 나와 보는 이들을 크게 헷갈리게 하고 있다.

먼저 <중앙일보> 5일자 기사.

<중앙일보>는 "금융위기 후 지속되던 현대·기아차의 미국 시장 점유율 상승세가 꺾였다"며 "이는 그동안 상승세를 견인한 마케팅의 효과가 떨어진 데다 주춤하던 미 자동차 ‘빅3(GM·포드·크라이슬러)’의 반격이 거세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현대·기아차의 9월 미국 시장 판매량이 전월보다 급락한 데다 점유율까지 떨어진 대목을 주목했다.

기사에 따르면 현대·기아차의 미국 시장 9월 판매량은 5만3134대로 8월보다 47% 급락했다. 판매량 자체가 줄어든 것은 미 정부가 자동차시장 부양을 위해 중고차를 연비 좋은 신차로 바꿀 때 보조금을 줬던 ‘중고차 현금보상 프로그램(cash for clunkers)’이 종료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9월 전체 자동차 판매량 자체가 8월(126만2189대)보다 41% 줄어든 점이 이를 방증한다.

문제는 현대·기아차의 8월 대비 판매 하락폭이 다른 업체보다 크다는 점이다. 혼다(-52%)보다는 작았지만, 도요타(-44%)·GM(-36%)·포드(-37%)·크라이슬러(-33%)보다는 컸다. 이에 따라 미국 시장 점유율도 8월에는 7.95%까지 상승했지만 9월엔 7.12%로 급락했다.

반면에 하루 앞서 4일 나온 <연합뉴스>의 '현대·기아차, 나홀로 美독주'라는 기사는 제목만 봐도 알 수 있듯 정반대다. <중앙일보>가 한 달 전인 '전월'을 비교잣대로 삼은 반면, <연합뉴스>는 1년 전인 '전년 동월'을 비교잣대로 삼았다.

<연합뉴스>는 "현대와 기아차가 9월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주요 업체 가운데 유일하게 판매량 신장세를 기록했다"며 "(반면에) 미국과 일본 업체들은 미 정부의 `중고차 현금보상' 프로그램이 지난 8월 말 끝나고 자동차 산업 수요가 많이 감소한 영향으로 일제히 판매량이 줄었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현대차의 9월 미국시장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27.2% 증가한 3만1511대를 기록했다. 기아차도 지난해 같은 달보다 24.4% 늘어난 2만1623대의 실적을 발표했다.

반면에 미국 GM은 45% 감소한 15만6673대를 판매했고, 크라이슬러도 역시 42%가 줄어든 6만2197대를 팔았다. 포드자동차도 2개월 연속 판매량 증가를 기록하다 9월에는 5.1% 줄어든 11만4241대를 파는데 그쳤다.

또 `중고차 현금보상' 프로그램의 혜택을 가장 많이 봤던 일본 업체들도 부진을 면치 못해, 도요타가 작년보다 12.6% 감소한 12만6015대를 판매한 것을 비롯해 혼다가 20% 줄어든 7만7229대, 닛산이 7%가 적은 5만5393대를 각각 판매했다.

<중앙일보> 기사를 보면 '비상'이다. 반면에 <연합뉴스> 기사를 보면 '욱일승천'이다. '전월'이냐 '전년 동월'이냐는 비교잣대 하나만 갖고서도 이렇게 180도 다른 기사가 나올 수 있다는 데 독자들은 경악할 것이다.

두 기사중 하나는 결국 거짓말을 한 셈이 될 것이다. 일반인들이 '가장 객관적 자료'라고 믿는 '통계'를 분석하면서 이처럼 실제와 완전히 다른 거짓말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드러난 셈이다.

이번 주 증시에서는 삼성증권이 현대·기아차의 미국 시장점유율 급락, 최근의 원화 강세 등의 이유로 현대·기아차에 대한 투자의견을 '비중확대'에서 '중립'으로 하향조정하는 등 <중앙일보> 기사에 무게를 싣는 반응들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