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경차택시 도입 계획이 택시업계는 물론 자동차업계의 무관심으로 공염불될 공산이 커졌다. 이에 따라 정부의 졸속 추진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도 일고 있다.
국토해양부는 1000cc 미만 경차도 택시로 운행할 수 있도록 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지난 5월 입법예고했다.
국토부는 당초 시행규칙 개정작업을 6월 말까지 마무리하고, 택시사업자들과 지자체 준비기간을 거쳐 가을부터는 경차택시가 운행되도록 하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정작 택시업계와 자동차메이커는 경차 택시 도입에 대해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하루 12시간 이상을 운전해야 하는 택시기사들은 중형차보다 안전성이 떨어지는데다, 공간이 좁고 불편한 경차 택시에 대해 회의적이다. 택시기사들은 좁은 차 공간 속에서 피로도와 사고 위험성이 굉장히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택시사업자들도 경차택시 도입을 달가워하지 않고 있다. 경차택시 요금이 중형택시보다 20∼30% 낮게 책정될 것으로 예상돼, 수익성이 떨어지고 기사 급여를 해결하기가 쉽지않다는 이유에서다. 경차택시와 일반택시는 운송수입에서 차이가 날 수 밖에 없고, 이럴 경우 기사에 대한 급여 역시 차별화해야 하는데, 이를 해결하기 쉽지 않으며 노조와 갈등소지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경차택시가 도입되더라도 경차택시를 생산하는 메이커가 없는 만큼 추가설비 부담이 예상돼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완성차 업체들 역시 채산성이 맞지 않기 때문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경차를 생산하고 있는 완성차 업체는 기아차와 GM대우 등 2곳이다. 모닝(999cc) 가솔린 모델과 LPG 모델(올해 3월부터 출시)을 생산하고 있는 기아차는 "당분간 경차택시 생산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마티즈 클래식(796cc)과 마티즈 크리에이티브(995cc)를 생산하고 있는 GM대우 역시 당장 경차택시를 생산할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경차 택시를 생산할 경우 수지가 맞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하고 있다.
같은 기종이라도 택시는 일반승용차보다 가격이 훨씬 싸다. 쏘나타는 일반에 평균 2000만원 정도에 팔고 있지만 택시용은 옵션을 최소화해 1200~1600만원 정도에 팔고 있다.
그러나 모닝의 경우는 가격이 천만원에도 못미쳐 더 이상 가격을 낮추기 힘든 구조다. GM대우는 가솔린 모델만 있어 경차로 사용하기 힘들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시행규칙 개정안은 현재 법제처 심의 중이며, 10월 중에는 공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경차택시 제도가 도입된다 하더라도, 제대로 시행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매우 낮아 보인다.
그래서 정부가 준비를 소홀히 한 채 졸속으로 정책을 발표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