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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지난 8월5일 발표한 바 있는 ‘서울시 지하도로 계획’에 대한 전문가와 시민 등 각계 의견을 수렴하는 시민공청회를 30일 중구 을지로 삼성화재 본관 3층 국제회의장에서 개최했다.
이날 공청회에는 300여 명이 넘는 인원이 몰리며 각계각층의 비상한 관심을 그대로 반영했다.
서울시 지하도로 계획은 도심의 지하 40~60m 깊이에 6개 노선 약 149km의 도로 대동맥을 뚫어 서울의 교통문제를 해결하는 프로젝트를 말한다.
이를 통해 지하공간에 지상교통량을 흡수하고, 지상공간은 대중교통 중심으로 활용하고, 도로다이어트를 통해 보행과 자전거 이용을 유도한다는 게 서울시의 계획이다.
김상범 서울시 도시교통본부장은 개회사를 통해 "서울시에서 해마다 교통혼잡으로 7조원이라는 사회적 비용이 길바닥에 버려지는 실정"이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마련된 이번 공청회가 지하도로 계획에 대한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 측면을 모두 고려한 진지한 토론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창호 서울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공청회는 개회사에 이어 주제발표(김영복 서울시 도로계획담당관), 패널 토론, 방청객 질의응답 순으로 진행됐다. 특히 김상구 전남대 교수, 이광훈 서울시정개발연구원 본부장, 배상윤 시의회 의원, 민만기 녹색교통운동 사무처장, 박용훈 교통문화운동본부 대표 등 교통 관련 전문가들이 패널로 참석해 찬반으로 나뉘어 열띤 토론을 펼쳤다.
지하도로 건설과 관련 부정적 의견을 제시한 패널들은 대부분 대중교통 이용을 활성화해 온 서울시의 정책 방향성과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민만기 녹색교통운동 사무처장은 "저탄소 녹색성장을 추구하고 있는 국가의 패러다임과 맞지 않는다"면서 "서울시가 20년 동안 이끌어온 대중교통 정책의 방향성과 상충돼 정책 실패로 이어질 수 있고 시민들의 방향성을 흐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강경우 한양대 교수는 "아이디어 차원에서 긍정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면서도 "도로 중간 중간 이어주는 지하터널은 외국에도 흔히 볼 수 있지만 지하도로를 네트워크화해 교통체계를 구축하는 사례는 세계적으로 없다. 발상 접근을 지금이라도 그만둬야 한다"고 강도 높게 지적했다.
이에 대해 손봉수 연세대 교수는 "외국에 없는 사례라고 우리가 할 수 없는 건 아니다"면서 "교통에서도 공간의 균형적 활용, 즉 3차원적 공간 활용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지하도로 구축시 방재안전상에 대한 필요성도 제기됐다.
박형주 경원대 교수는 "화재, 폭발, 침수, 정전, 비상시 구조.구급의 지연 등 적절한 방호수단 구비가 가능한가"라면서 "사고 발생을 전제로 이중화 원칙을 수반하는 예비시스템의 구축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공청회 개최를 통해 제기되는 의견에 대해 앞으로 추진 과정에서 면밀히 검토하여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