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물운송업계, 독자구축·위탁운영 놓고 '고민'
화물자동차운송업계가 화물정보망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지난달 국무회의를 통과한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이 올 정기국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이에 대응해 화물정보망을 구축하거나 이용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의 골자는 '운송기능은 수행치 않고 위·수탁 관리비만 징수하는 운송업체를 퇴출시키겠다'는 것이다. 고질적인 병폐로 지적되고 있는 다단계 화물운송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운송기능은 하지 않고 관리비만 징수하는 업체들이 설 자리를 없애겠다는 의도다.
이를 위해 정부는 화물의 일정 비율 이상을 운송업자가 자체 보유한 차량으로 직접 운송토록 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우선 화주 물량의 30%에 대해 직접 운송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제시했으며, 시행 1∼2년 후 단계적으로 100%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화물정보망'을 통해 위탁 운송업자를 공개 입찰하는 경우 직접 운송한 것으로 간주할 방침이다. 정부가 인증한 화물정보망을 통해 제3자에게 화물운송을 공개 위탁하는 경우 그 투명성을 인정하겠다는 것.
이에 따라 화물운송업계는 화물정보망 문제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정부는 운송업체가 직접 자체 시스템을 구축해 운영하는 방법과 전문 업체의 시스템을 위탁 이용하는 두 가지 방법을 인정하고 있어 업체들은 이 중 하나를 택일해야 하는 입장이다.
화물정보망은 화주와 위탁업체간 공개 입찰 및 전자상거래를 할 수 있는 플랫폼을 의미한다. 일부 운송업체들은 '화물정보망' 구축에 대한 준비작업을 진행 중이거나 고민하고 있지만, 뚜렷한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아 고민스러워 하고 있다.
투자여력이 있는 대형 운송업체들은 영업정보 보안 등을 고려해 우선적으로 자체 시스템 구축을 확대하는 추세다. C업체는 법 대응을 위해 이미 자체 시스템 개발 및 업그레이드를 진행하고 있다. C업체 관계자는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 대응을 위해 현재 협력업체들과 차량 정보를 공유하고 배차 업무를 할 수 있는 수송 시스템 개발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S업체의 경우 개정안 국회 통과 후 화물정보망 시스템 구축에 대한 구체적 시행령이 나오면 빠른 시일 내 자체 시스템 구축에 돌입할 태세다.
대형 운송업체들은 개정안이 9월에 통과된다해도 시행까지의 간극과 유예기간 등을 고려해 섣불리 시스템 구축에 나서기 보다 개정안의 국회 통과 여부 및 추이를 지켜본 후 움직이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영세 운송업체들은 대부분 화물정보망에 대한 개념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자체 시스템 구축비용과 운영인력이 부족한 영세업체들은 위탁 운영자의 시스템을 사용하게 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되지만, 현재 이렇다 할 위탁 운영자가 없는 실정이다.
업계에서는 기존 물류 네트워크 사업자가 화물정보망 시스템의 위탁운영을 위한 사업자로 진출하거나 신규 사업자가 출현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이들 운송업체들의 투명성있는 관리를 위해 별도의 '화물운송 실적관리시스템'도 구축해 업체별 운송 및 주선실적 신고를 의무화하는 방안도 개정안에 포함시키고 있다. 이렇듯 정부는 정보 공개를 통한 투명성 강화를 화물정보망으로 구현하겠다는 복안이지만 풀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공용의 화물정보망이 운영된다 가정해도 정부가 제시한 직접 운송비율에 대한 기준이 명확치 않을 뿐만 아니라 사실관계 증명 또한 쉽지 않다. 또 운송업체마다 각기 다른 관리 기준을 표준화해 시스템화하려면 막대한 양의 표준화 작업이 앞서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최대 40%에 이른다는 중간 마진 구조의 개혁 등 근본적 대안 제시가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