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상 처음으로 '엇박자' 보이다가 결국 '동결'
액화석유가스(LPG) 공급가격 동조 현상이 사상 처음으로 깨질 듯 하다가 결국 동결됐다. 당초 공급가 인상을 결정했던 SK가스가 경쟁사인 E1과 같이 가격을 올리지 않기로 최종 확정한 것이다.
지난 31일 E1은 9월부터 각 충전소에 공급할 프로판가스 가격을 8월과 같은 ㎏당 832원, 부탄가스도 ㎏당 1226원으로 확정해 통보했다.
E1 관계자는 "인상요인은 있었지만 LPG 가격 안정화를 위해 인상요인을 흡수, 가격을 올리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SK가스는 프로판가스와 부탄가스 모두 8월보다 25.46원 올린 ㎏당 857.54원, ㎏당 1251.92원으로 결정해 각 충전소에 통보했다. 그러나 무슨 이유인지 8월과 같은 가격으로 수정, 각 충전소에 다시 통보했다. SK가스의 관계자는 "경쟁사인 E1의 가격 동결 결정에 부담을 느껴 고심 끝에 지난달과 같은 가격으로 수정했다"고 말했다.
E1과 SK가스는 국내 전체 LPG 물량의 절반 정도를 공급하고 있다.
가스업계는 LPG 공급가격을 결정할 때 업체별로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동결과 인상 등 방향을 아예 달랐던 적은 그 동안 한 번도 없었다. 이번에 SK가스가 E1의 동결과는 달리 처음에 인상을 결정한 것도 사상 처음이다. 하지만 결국 동결로 끝나고 말아 이런 저런 뒷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가스업계에서는 "인건비 등 인상요인을 흡수하지 못한 업체별 차이가 반영됐다가 정부의 강한 소비자가격 안정 의지때문에 SK가스가 후퇴한 것 아니냐"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LPG의 주 소비층인 택시업계는 "가스업계가 쇼(SHOW)를 하고 있다"고 꼬집고 있다. 택시업계는 "LPG가격 인상을 위한 가스업계의 쇼는 여러가지 형태로 예전부터 있어왔다"며 SK가스의 돌출행동(?)에 애써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있다.
전국택시연합회의 관계자는 "SK가스가 처음에는 가격인상을 결정했다가 지난달과 같은 가격으로 수정한 것은 앞으로 가격인상을 염두에 둔 것이며, 특히 공정거래위원회가 진행하고 있는 가스업계의 LPG값 담합 조사를 염두에 두고 벌인 쇼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최근 LPG 업체들의 담합 혐의에 대해 조사한 결과 협의가 인정돼 상당액의 과징금을 부여할 것으로 알려졌으며, 과징금 부과액수가 수천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