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 노조가 지난 11일부터 부분파업을 재개했다. 지난달 27일 파업 이후 여름휴가를 위해 파업을 중단한 지 보름 만이다. 기아차는 노후차 세제혜택 등 정부 지원에 힘입어 경영실적이 좋아지자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이다 여름휴가까지 챙길 것은 다 챙기고 다시 파업을 재개했다. '배부른 파업, 귀족 파업'이란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6월29일부터 모두 80시간 파업한 기아차 매출 손실은 4000억원이 넘어 쌍용차 77일 파업 손실액 3160억원을 크게 웃돈다. 기아차 노조는 11일 오전 전 공장에서 주·야간 4시간씩 부분 파업에 돌입했다. 임금협상 상황에 따라 시간을 조절해 가며 31일까지 부분파업을 이어갈 계획이다.
노조는 5월14일부터 지난달 27일까지 사측과 14차례 임금협상을 진행하며 6차례 부분파업과 1차례 전면파업을 벌였다. 노조는 기본급 5.5%(월 8만7000여원) 인상, 생계비 부족분 200% 이상 지급, 새벽근무를 없애는 주간 연속 2교대제(8시간+8시간) 시행, 월급제 도입 등을 요구하고 있다. 회사는 기본급 동결, 생계비 부족분 200%와 격려금 250만원 지급, '8시간+9시간' 방식의 주간 연속 2교대제 도입 등을 제안한 상태다.
협상이 타결되지 않자 노조는 파업을 일시적으로 중단하고 지난 1∼9일 예정된 휴가를 떠났다. 정식 휴가기간은 3∼7일이지만 기존 노사 협약에 따라 앞뒤 토·일요일을 붙여 9일간 쉬었다. 이어 휴가 뒤 첫 출근일인 10일 쟁의대책위원회를 열어 부분파업을 재개키로 결의했다. 휴가를 위해 파업을 잠시 쉰 것이다. 모럴해저드에 빠진 노조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기아차 공장이 파업으로 80시간 멈춘 탓에 출고해야 할 차량 2만3000여대를 만들지 못했다. 이 여파로 쏘렌토R은 판매 계약이 7000대나 밀려 구매자가 차를 받으려면 1개월반∼2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포르테 역시 6000대 이상 계약돼 있어 차량 인수에 한 달 이상 걸린다.
12일 발표된 기아차 2분기 실적은 '깜짝 실적'이다. 기아차는 지난 2분기 매출 4조6763억원,영업이익 3303억원, 순이익 3470억원의 경영실적을 올렸다. 차 판매 대수는 28만9945대로 전년동기 대비 6.6%,전분기 대비 31.8% 증가했다. 1분기에 비해 매출이 33.5% 증가했고 영업이익과 순이익 증가율은 각각 271.6%와 256.4%에 달했다.
국내 시장점유율은 작년 25%에서 올 상반기에는 31%로 상승했고 글로벌 시장점유율도 같은 기간 2.1%에서 2.5%로 0.4%포인트 높아졌다. 미국 시장 점유율은 작년 2.2%에서 올 상반기 3.0%로 사상 첫 3%대에 진입했다.
실적 개선에 따라 재무 구조도 나아지고 있다. 상반기 말 차입금은 5조5160억원으로 작년 말 5조6330억원보다 1170억원 줄었다. 차입금이 감소한 것은 2004년 말 이후 처음이다. 기아차는 "올해 해외공장 판매분을 포함해 글로벌 시장에서 총 160만대(소매판매 기준)를 판매한다는 목표를 세웠다"고 밝혔다.
노조는 "성과가 났으니 걸맞게 보상하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그러나 기아차 실적은 세제 혜택 덕인데 이는 사실상 국민이 도와준 것이다. 대중차 브랜드인 기아차는 수익을 최대한 체질 개선에 투자하지 않으면 자칫 GM 같은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
회사 측은 생산성 상승 없이 노조 요구대로 주간 연속 2교대제를 시행할 경우 1인당 126만원의 임금 인상이 초래되면서 총 6000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회사 측은 또 파업이 이달 말까지 계속될 경우 8월 한 달간 15차례 부분 파업으로 4만대의 생산 차질에 6500억원의 매출 손실을 보게 되며,지난 7월 말까지의 피해 규모(생산 차질 2만3000대,매출 손실 4100억원)를 더하면 1조원 이상의 매출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기아차는 1991년 이후 19년째 파업을 벌였지만 1조원 이상의 매출 손실은 사상 최대 규모다.
기아차 파업에 대한 안팎의 시각은 곱지않다. 자동차 경기가 여전히 좋지 않고, 국민혈세인 세금지원으로 자동차 구매지원책을 내놨다는 점에서 파업은 정당성을 잃었다는 지적이다. 국민들이 봤을 때는 명백한 배신행위이며 배은망덕한 행위로밖에 해석할 수 밖에 없다.
정부가 자동차구매지원 시 노사관계선진화를 조건으로 걸었다는 점에서도 배치된다. 정부의 각종 지원책으로 사실상 가장 큰 혜택을 입은 기아차가 파업을 한다는 것은 정말 말도 안된다. 이럴 때 국민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 기아차 불매운동이라도 벌여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