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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법규 위반자 사면 '부작용' 더 크다
  • 이병문 기자
  • 등록 2009-08-08 11:3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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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준법의식 떨어뜨려 오히려 사고 증가 부추겨
정부가 광복절을 맞아 '생계형' 운전법규 위반자 등 약 150만명에 대해 특별사면을 단행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법 잘지키는 사람들만 손해", "정부가 법치주의 원칙을 훼손했다"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법무부에 따르면 교통법규 위반자 등에 대한 대규모 특별사면은 김영삼정부 시절인 1995년 12월10일 처음으로 단행된 뒤 이번이 여섯 번째다. 사면 혜택을 입은 국민은 1995년 595만여명에서 1998년 532만여명, 2002년 481만여명, 2005년 421만여명, 지난해 283만여명으로 줄어들었지만 빈도는 오히려 잦아지는 추세다. 과거 정권에선 3∼4년 간격으로 사면이 이뤄졌으나, 이명박정부 들어선 지난해와 올해 2년 연속으로 실시될 예정이다.

사면이 이렇게 자주 단행되면 '교통법규를 지켜야겠다'는 운전자들 의식은 희미해질 수밖에 없다. 한국정보통신대학교 권영선·한승헌·남찬기 교수가 경찰청 통계를 토대로 작성해 지난 2월 발표한 ‘교통법규 위반자 사면정책 효과 분석’ 논문에 따르면 교통법규 위반자 사면 후 1년간 교통사고는 평균 7265건, 사망자는 216명, 부상자는 1만1530명 각각 늘었고 2년차에도 교통사고 건수가 1만1971건 더 늘어났다. 교통법규위반자 사면조치가 오히려 교통사고를 증가시키고 있는 셈이다.

1995년 이후 2007년까지 네 번의 사면 조치로 발생한 경제적 비용은 적게는 3조6439억 원에서 많게는 5조5859억 원까지 추정됐다. 권 교수 등은 “음주운전자 등 교통법규 위반자를 사면해 주면 단기적으론 그들에게 이득이 되겠지만, 잘못된 운전 습관을 교정할 기회를 영영 잃는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론 해악이 더 크다”고 지적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지금까지 시행된 교통법규위반자 사면은 모두 “생계형운전자에게 다시 운전할 기회를 부여해 생업에 복귀할 수 있게 한다”는 이유를 내세우고 있지만, 교통법규 위반자 사면정책의 주된 수혜대상은 실제론 생계형운전자가 아니라 비사업용 승용차 운전자가 대부분이다.

대규모 특별사면은 법치주의 원칙을 훼손한다는 점에서 법조계 시선도 곱지 않다. 사면은 대통령 권한이니 뭐라고 할 수 없지만, 잦은 사면으로 국민들 사이에 ‘결국 법을 지키는 사람만 손해를 본다는 인식이 널리 퍼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실제로 특별사면이 남발되면서 교통법규를 위반한 뒤 범칙금을 안내고 버티는 운전자들이 상당수다. 혹시나 특별사면으로 탕감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작용하고 "먼저 내봤자 손해"라는 인식때문이다. 또 도로에서는 추가 사면을 기대해 교통법규를 무시하고 운전하는 거리의 난폭자들도 많다.

'법 지키는 게 손해'라고 생각하는 무법 사회, 특히 막대한 사회 경제적 비용까지 생각한다면 이제는 교통법규 위반→생계형 운전자 사면이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근본적으로 끊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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