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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승택시 승강장을 만든다면…?
  • 이병문 기자
  • 등록 2009-06-24 23: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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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욕 합승택시는 20년 역사…정식허가받아 운행
미국 뉴욕에 합승택시가 있을까? 없을까?

정답은 '있다'다. 그것도 당국의 정식허가를 받아 운행되고 있다.

뉴욕에는 부분적으로 합승택시가 이미 운행되고 있다. FDR(동부강변로)로 빠지는 램프가 있는 79가 어퍼 이스트사이드의 작은 택시정류장에선 옐로캡이 승객 4명을 태우고 로워 맨해튼의 월스트리트까지 운행된다.

주로 요크빌 거주자들이 많은데 1인당 요금은 불과 6달러. 이 택시 스탠드는 뉴욕시로부터 정식 허가를 받은 것으로 운행 역사가 20여년이나 된다.

합승택시는 나름의 독특한 에티켓과 규정이 있다. 합승택시를 타는 사람들은 우선 큰 소리로 떠드는 것부터 참아야 한다. 승객간에 일단 얘기를 하지 않는다. 이따금 이웃집 사람이나 아는 사람이 타는 경우가 아니라면 서로 수다를 떨 수 없다.

좁은 공간에 갇힌 통근객들 사이에서 휴대폰 통화는 절대 금기사항이다. 아이파드 헤드폰을 끼고 있거나 월스트리트 저널을 펴들고 보는 것, 스마트폰의 환한 액정화면을 작동시키는 것 역시 금지된 행동들이다. 승객들 모두가 그런 규칙을 잘 알고 있다. 뉴요커들은 다 사려깊기 때문일까?

합승은 전통적인 승차 관행도 깨뜨리고 있다. 원하는대로 골라 타는 것이다. 합승택시에서는 앞자리가 인기다. 어떤 사람은 합승택시에 빈 자리가 있어도 앞좌석이 비어있지 않으면 그 다음 택시를 이용한다. 승객을 4명 채워야 택시가 떠나므로 시간이 더 걸리긴 하지만 개의치 않는다.

20년전 이곳에 합승택시 승강장이 처음 만들어진 것은 렉싱턴 애버뉴의 전철역과 너무 떨어졌기 때문이다. 택시를 잡기가 너무 힘들다고 불평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뉴욕시가 합승 택시를 허용하게 됐다.

초기에 요금은 1인당 3.5 달러였다. 20년간 두배도 안올랐으니 상당히 저렴한 셈이다. 이곳에서 월 스트리트까지는 차가 막히지 않으면 10분이면 도착한다.

앞으로 펜 스테이션과 그랜드센트럴 터미널 등 승객들이 많은 지역에 합승택시 승강장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전망하는 사람들도 많다. 최근 뉴욕타임즈는 뉴욕시가 올 가울부터 맨해튼 다른 지역에 합승택시 승강장을 확대 설치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뉴욕시의 이런 계획은 2007년 택시기사들이 일부 파업을 했을 때 합승택시를 일시 허용한데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그러나 합승택시를 못마땅해 하는 사람들도 있다. 택시는 목적지에 관계없이 모든 주민들을 위해 만들어진 것인데 합승승객들이 다른 개인승객들을 밀어냈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택시를 기다리다가 싸움도 일어났다. 택시들이 다른 지역에 가는 승객들을 거부했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택시기사들은 승객 4명을 태우려면 시간이 걸리기도 하지만 크게 개의치 않는 표정이다. 한시간안에 4명분 요금인 24 달러를 번다면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정작 기사들이 걱정하는 큰 문제는 월 스트리트 행 승객들이 금융위기로 이전보다 줄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택시합승은 당연히 불법이고 처벌대상이다. 과거 택시가 모자랄 때 합승이 성행할 때도 있었는데 지금은 대중교통수단의 발달로 오히려 택시가 남아돌아 자연스럽게 합승이 없어졌다.

뉴욕시가 합승택시를 확대할 것이라는 외신 기사를 접하고 "우리나라도 필요한 지역에 합승택시 승강장을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택시합승은 당연히 불법이지만, 출근 시간때 화곡동에서 시청 앞까지 4명이 1000원씩 내고 가던 과거의 택시합승이 가끔 그리워지는 것도 사실이다. 무엇보다 꽤 효율적이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시내 곳곳에 합승택시 승강장이 필요하다고 느껴지는 곳이 꽤 많다. 택시정책에 관한 사고의 확대와 다양성, 그리고 효율성을 따져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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