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버스조합이 시내버스 준공영제가 실시된 이후 대구시에 통보도 하지 않고 교통카드회사와 2016년까지 독점적 영업권을 보장해주는 협약을 맺은 것으로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
대경교통카드를 운영하고 있는 (주)카드넷은 대구버스조합과 2016년까지 운영협약서를 맺었다며, 최근 제3자 계약체결금지 등 가처분소송을 냈다. 앞서 대구시는 지난 2월 전국에서 호환되는 교통카드를 도입한다며 사업자를 모집, BC카드·삼성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지난 1일 사업시행합의서를 체결했다. 대구에서는 지난 2000년 시내버스에 교통카드가 도입된 이후 지하철, 유료도로 등으로 확대됐고 그동안 대경교통카드가 독점 운영해오고 있다.
카드넷의 가처분신청이 받아들여질 경우 대구시가 추진하는 신교통카드 사업은 추진 자체가 어려울 수가 있다.
카드넷은 "2006년 대구버스조합이 갖고 있던 카드넷의 주식 14만4000주(지분의 59.02%)를 대상그룹 계열사인 UTC인베스트먼트에 매각하면서 시내버스 교통카드 관련 영업권을 당시로부터 10년간인 2016년까지 보장해주기로 협약을 맺었다"며 "이런 상황에서 추진되고 있는 대구시의 `신교통카드' 사업계약은 무효이며 카드넷의 영업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경교통카드 문제가 불거진 것은 버스조합이 태생적으로 (주)카드넷과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이다. (주)카드넷은 1999년 버스조합이 버스카드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시스템 업체와 함께 만든 회사다. 주식은 대부분 버스조합과 버스업계 관계자들이 나눠가졌다. 해마다 교통카드로 수억원의 수익금을 올려온 버스조합은 2006년 9월 보유하고 있던 14만4000주를 대상그룹 계열사인 UTC인베스트먼트에 팔았다.
공교롭게도 이 시기는 버스 준공영제가 시작된 지 반년이 넘은 때였다. 그 해만 450억원의 지원금을 대구시에게서 받은 버스조합이 매년 수 억원의 수익을 올리는 카드회사 대주주로 있기는 곤란한 상황이었다. 버스조합은 주식을 매각하는 대신 카드넷의 영업권을 당초 계약보다 6년 더 긴 2016년까지 보장해주는 협약을 체결했다.
버스조합은 액면가 5000원인 주식을 4만5000원에 매각해 60여억원을 챙겼다. 조합 측은 이러한 사실을 관리·감독기관인 대구시에 통보조차 하지 않았다. 매각대금은 각 버스회사가 나눠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도 (주)카드넷 주식의 30% 이상은 여전히 대구 버스업계 관계자들이 보유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버스조합은 신교통카드 사업 시작은 물론, 이번 가처분 신청과 관련해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오히려 올 2월 신교통카드 사업자로 선정된 BC카드·삼성 컨소시엄이 이번 가처분 신청에 변호사까지 앞세워 적극 나서는 상황이다. 대구시는 가처분 신청이 접수된 사실도 버스조합이 아니라 다른 경로를 통해 뒤늦게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시는 버스조합과 카드넷의 10년 연장 업무협약은 무효라고 보고 있다. 시는 이 협약이 99년부터 운영되고 있는 교통카드추진협의회 제4조 '각종 사업자 선정은 협의회를 거쳐야 한다'는 규정을 어겼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수익금공동관리지침 제53조에 따라 '부대사업 시행, 체결, 변경 등'에 대한 버스개혁위원회의 사전 승인도 받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이면 계약서 4조 비밀유지 사항에는 버스조합과 카드넷이 서면 동의 없이 제3자에게 관련 내용을 누설하지 못하도록 했다"며 "시는 내용을 전혀 알 수 없었다"고 말했다.
대구시를 안중에 두지 않는 버스조합의 이러한 행태는 이번 버스카드 문제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버스조합은 준공영제 실시 이후 시민 혈세만 받아 쓸 뿐, 그동안 대구시의 관리·감독권을 사실상 인정하지 않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버스조합은 2006년과 2007년에도 수익금 공동관리 지침에 불만을 표시하며 수입금 공동계정에 적립해야 할 시내버스 외부광고 수입금 10억여원을 수 개월 동안 입금하지 않은 적도 있다.
대구시는 "버스조합이 말을 듣지 않는다"며 "버스조합의 파행적 행태가 계속될 경우 정관변경이나 현 조합 자체를 해산한 뒤 재구성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시는 2006년 시내버스 준공영제를 실시한 이후 그해 413억원, 2007년 564억원, 2008년 744억원을 버스업계에 지원해왔지만 관리·감독은 제대로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대구시가 준공영제 개선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업체 구조조정, 감차나 휴일·방학 탄력운행, 오지노선 중형버스 도입 등도 공염불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대구의 시내버스 준공영제는 출발부터 감독기능이 취약한 형태인 데다 버스 한 대당 지원금이 다른 도시에 비해 50% 이상 높게 책정되는 등 문제가 많은 것으로 지적된다. 그래서 시민 혈세를 쏟아 부으면서도 버스조합의 전횡에 휘둘린다면 준공영제는 폐기하는 게 낫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편 카드넷 측은 "시의 권고에 따라 주식이 매각됐고, 조건을 채우기 위한 방편으로 연장 업무 협약이 이뤄졌다"며 "버스조합에 주식 매각을 권고한 시가 매각협상 과정부터 매각, 명의개서 등의 사실을 알고 있었으며 비밀 협약이라는 말은 억지"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