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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달식 화물연대 본부장
  • 이병문 기자
  • 등록 2009-05-28 09:4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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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화좀 하자는데 안하겠다니 물러설 곳이 없다"
 
화물연대는 지난 16일 총파업을 결의했다. 고 박종태 화물연대 광주지부 1지회장의 죽음이 도화선이 됐다. 아직 구체적인 시기와 방법은 정하지 못했지만, 지난해에 이어 또 다시 전국적인 물류대란이 우려되고 있다.

화물연대가 전체 조합원 1만5000여명 가운데 절반 가까운 6000~7000명이 한 자리에 모여 단일 안건(총파업)으로 총회를 하고, 총파업을 결의한 것은 화물연대 역사상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화물차주들의 입장은 절박하고 분노에 차있다.

화물연대는 ▲노동기본권 보장 ▲대한통운 해고 택배노동자 복직 ▲운송료 삭감 철회 등을 요구하고 있다. 단, 본격적인 파업에 앞서 정부와 교섭을 시도한다는 방침이다.

김달식 본부장은 "조합원들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파업결의가 이뤄졌으나 당장 파업을 하는 것은 아니며, 정부 및 사측과의 대화가능성은 열어놓고 있다"며 "하지만 "대화 한 번 하자는데 그것도 안 된다고 하니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대한통운만 하더라도 처음에는 우리와 대화하려고 했던 것 같았는데 오히려 정부가 딱 가로막았다"며 "예전에는 우리가 여러 문제를 제기하면 국토해양부가 듣고 해결책이 뭐가 있는지 먼저 물어올 정도였는데 이번엔 일체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토부가 대화를 거부하는 명분은 화물차주는 노동자가 아니며 화물연대도 교섭권을 가진 노동조합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김 본부장은 "지난 7년 동안 화물연대 지도부를 하면서 4번의 총파업을 했는데 국토부가 대화 자체를 거부한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고 박종태 지회장도 대화 좀 하자고 했는데 안 되니까 뭔가 표현하고 관심을 끌어내기 위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라고 참담한 심경을 피력했다.

국토부는 화물연대 총파업 결의를 '불법 집단행동'으로 규정하고,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국토부는 우선 집단행동에 참여한 화물 차주에게는 유가보조금 지급을 중단할 계획이다. 또 차량을 이용해 집단 교통방해 행위를 벌일 경우 운전면허 정지 또는 취소 등의 강력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여기에 총파업에 참여한 화물차주에 대해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하기로 했다. 미복귀자는 형사처벌 및 화물운송자격을 취소 등의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불법행동 주모자에 대해선 형법 등 관계법령에 따라 사법 조치도 강행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김 본부장은 "정부 말대로라면 우리는 자영업자"라며 "그런데 내가 그냥 며칠 일 안하겠다는 것이 왜 불법이냐"고 따졌다.

그는 "먹고 살기도 바쁜 화물 노동자를 '대화 하자'는 요구 하나 때문에 세 번이나 대전에 집결시켰다"며 "우리가 명분도 전혀 없이 내놓으란 것도 아니고 얘기 좀 하자는 건데 대체 왜 그건 안 들어주고 자꾸 탄압만 하는 것이냐"고 말했다.

그는 "무조건 안 된다고 하지 말고 우리에게 기본권을 주고 정부도 그에 맞는 대응을 만들어내면 된다. 유럽 등 선진국은 모두 특수고용 노동자도 기본권이 보장된다. 대한민국만 이렇다. 화물은 공공성을 지녔으니 노동기본권을 주고 필수공익 사업장으로 만드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 문제가 된 택배 기사의 경우에는 다른 화물 노동자보다 더욱 노동자성이 강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철저하게 통제 받고 지시에 의해 움직인다"는 이야기다. 운수노조가 자체적으로 택배화물 위탁 계약서, 일과표, 수수료 공제 등 각종 항목을 조사해 본 결과 특수고용 노동자라기보다 회사와 종속적 계약을 맺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총파업 즐기는 사람이 어딨나? 파업은 마지막 수단"이라고 강조하는 김 본부장은 "막을 수 있는 방법이 '표준운임제'다. 알선료 상한선도 정하면 된다. 그런 얘기를 정부랑 하자는데 교섭권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니…."라며 자신이 직면하고 있는 답답함을 토로했다.

"내가 죽으면 이 문제가 해결될 것인가 생각한다"는 김 본부장은 정말 물러설 곳이 없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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