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문의 역주행'으로 택시기사와 승객 등 3명이 숨진 교통사고와 관련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지만 경위 파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의문의 택시 교통사고는 19일 새벽 0시 30분 쯤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아파트 앞에서 발생했다.
한티역 사거리에서 도곡역 사거리로 진행하던 영업용 택시가 돌연 중앙선을 넘어간 뒤 편도 4차선 도로의 4차로를 약 60여m 정도 역주행한 것.
운전기사 박모(60) 씨가 몰던 택시는 아파트 상가 앞 인도에 설치된 가드레일에 1차로 충돌하고 가로등과 전주 등에 잇따라 부딪힌 뒤 아파트 정문 기둥을 들이받고서야 멈췄다.
이 사고로 택시가 두 동강나고 택시기사 박씨와 승객 전모(42, 여) 씨와 김모(35, 여) 씨 등 3명이 그 자리에서 숨졌다.
경찰은 사고 발생 직후 현장 감식을 실시해 증거물을 수집하는 등 사고 경위 파악에 나섰다.
이어 경찰은 택시에 설치된 블랙박스에 찍힌 동영상과 주변 목격자들의 진술 등을 토대로 사고 당시 상황을 재구성하려고 했지만, 택시의 역주행은 의문 투성이였다.
우선 박씨가 몰던 택시가 한티사거리에서 1, 2차로에 좌회전 신호 대기중인 차량들을 피해 중앙선을 넘게 된 경위 자체가 명확하지가 않다.
앞서 한차례 신호를 위반하고 달려왔지만, 굳이 중앙선을 침범하지 않더라도 3차로를 통해 차량들을 피해갈 수 있었기 때문.
또한 박씨의 택시는 60여m에 이르는 오르막길을 역주행하면서 오히려 속도를 시속 5, 60km에서 100~120km 정도로 올렸다.
수서경찰서 김찬원 교통조사계장은 “시속 150km의 속도로 보였다는 목격자의 진술도 있지만 동영상을 토대로 판단했을 때 최소 100에서 120km의 속도를 낸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차체에 결함이 발생했거나 택시기사 박 씨의 신병에 이상이 생겼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즉, 차량에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이상이 발생했고, 이에 박씨가 마주오던 차량과의 정면 충돌을 피하기 위해 편도4차선 도로의 인도 쪽으로 차량을 몰았을 가능성이다.
차체 결함은 역주행을 하면서 박씨의 택시가 오히려 속도가 빨라진 대목에 대한 설명이 가능하다.
경찰은 차량에 대한 차체 결함 등을 면밀히 살펴보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교통공학과에 정밀 감식을 의뢰한 상태다.
또한 박씨가 운전 중에 갑자기 숨졌거나 발작 등을 일으켜 브레이크 대신 가속 페달을 밟았을 가능성도 있다.
경찰은 박씨의 유가족 등을 상대로 평소 지병이 있었는지 여부 등을 조사했으며 사고 당시 박씨의 정확한 신체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시신을 부검할 예정이다.
60여m 오르막길을 시속 120km로 역주행한 택시. 의문의 역주행을 두고 사고 당시 상황을 재구성하고 진실을 규명하기 위한 경찰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