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모텔서 '차 번호판 가려주기' 죄 될까
  • 김봉환 기자
  • 등록 2009-04-08 20:38:55

기사수정
  • 법원 1·2심 판결 엇갈려
고객의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해 주차장에 세워진 차 번호판을 가려주는 모텔의 서비스가 불법인지를 놓고 법원의 1·2심 판결이 엇갈렸다. 불법이라는 항소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되면 번호판을 가려주는 숙박업계의 관행에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 강남구 역삼역 근처 Y모텔은 긴 발이 내려져있는 주차장 안에 세워진 차 번호판을 직사각형 모양의 판으로 가려줬다. 발이 쳐져 있지만 땅바닥으로부터 약 1m 높이까지는 틔어 있어 차 번호판이 모텔 밖에서 보일 수 있기 때문이었다.

사건은 이 모텔 종업원 이모씨가 작년 10월13일 자정쯤 경찰의 불시 단속에 걸린 것이 발단이 됐다. 이씨는 주차된 차량 2대의 번호판을 가려 ‘자동차관리법’ 위반 혐의를 받았다.

자동차관리법 제10조는 “번호판을 가리거나 알아보기 곤란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같은 법 82조는 이를 어겼을 때 1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경찰은 이씨를 즉결심판에 넘겼고 5만원형을 선고받은 이씨는 불복해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이씨에게 적용된 자동차관리법 조항은 주로 과속이나 불법주차 단속을 피하려고 번호판을 일부러 가린 경우에 적용돼 왔기 때문에 모텔 주차장의 사례로 정식 재판을 받은 것은 이씨가 처음이었다.

1심 재판을 맡은 당시 서울중앙지법 형사14단독 안성준 판사는 “자동차등록법은 차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제정된 것으로 처벌조항도 이런 입법 취지에 맞게 해석해야 한다”며 이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안 판사는 “자동차를 관리하고 안전을 확보하는데 별 장애가 없는 장소에서 벌어진 행위까지 처벌조항을 적용하면 범위가 무차별적으로 확대될 수 있다”며 “피고인은 이용자의 요청에 따라 사생활 보호를 목적으로 번호판을 가린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검찰은 “숙박업소는 범죄자들이 은닉처로 자주 이용하는 곳으로, 범죄자들이 신분을 감추기 위해 번호판을 가려달라고 요청할 가능성이 큰 만큼 모텔도 자동차의 효율적 관리를 저해할 수 있는 장소”라는 이유를 들어 항소했다.

2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4부(김필곤 부장판사)는 처벌조항을 엄격히 해석해 1심을 깨고 유죄를 인정해 이씨에게 벌금 5만원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자동차관리법은 번호판을 가리는 금지 행위에 대해 장소적 제한을 두지 않았고 행정형벌의 일반적 특징에 비춰볼 때 일반적 위험성이 있는 행위라면 모두 처벌 대상이 된다고 해석해야 한다”며 검찰의 손을 들어줬다.

이씨가 2심 판결에 불복해 상고를 결정하면 모텔들의 자동차 번호판 가려주기 관행의 불법성에 관한 최종 판단은 대법원이 하게 된다.

프로필이미지

김봉환 기자 다른 기사 보기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가장 많이 본 기사더보기
  1. 대구교통공사 등 3곳 철도안전관리 '최우수' 국토교통부와 한국교통안전공단은 국내 21개 철도운영자 및 철도시설관리자(이하 철도운영자등)를 대상으로 올해 1월부터 시행한 ‘2023년 철도안전관리 수준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대구교통공사올해 21개 철도운영자등의 수준평가 결과, 평균점수는 85.04점을 기록하여 작년(86.74점)보다 소폭 하락했으나, 과거 5개년 평균(83.39점) ...
  2. 5월 20일부터 불법자동차 일제단속...자동차 불법 튜닝, 불법명의, 무단방치 등 국토교통부와 행정안전부는 질서있고 안전한 도로환경 조성을 위해 5월 20일부터 6월 21일까지(한 달간) 경찰청, 지자체 등과 합동으로 불법자동차 일제단속을 실시한다. 불법자동차 단속 자료사진 주요 단속 대상은 불법튜닝 및 안전기준 위반, 불법명의(일명 대포차), 무단방치 등 교통질서를 어지럽히는 불법자동차이다. 특히 이륜
  3. 제21회 자동차의 날, 미래모빌리티 시장 선도 다짐 산업통상자원부는 자동차 기업 임직원 등 자동차업계 관계자 300여 명과 강경성 1차관이 참석한 가운데 제21회 ‘자동차의 날’ 기념행사를 9일 서울 JW메리어트에서 개최했다.  강경성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은 2024. 5. 9(목) 14:30 서울 강남구 JW메리어트호텔 그랜드볼룸에서 강남훈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장, 김동욱 현대자동차...
  4. 광주시 "택시부제 재도입 추진"…국토교통부에 심의 신청 광주시가 택시부제를 부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광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광주시는 16일 택시부제를 다시 도입하려고 최근 국토교통부 택시정책위원회에 심의를 신청했다.국토교통부는 2022년 11월 특광역시를 포함한 33개 지자체를 택시 승차난 발생지역으로 보고 택시부제를 해제했다.법인 택시 업계는 그동안 부제 해제로 택시가 과.
  5. 교통사고 사망자 연간 100명대…부산시, 맞춤형 대책 마련 교통사고 사망자 연간 100명대…부산시, 맞춤형 대책 마련 고령자·이륜차·화물차 안전 강화 중점 4개 분야 35개 과제 추진 부산미래혁신회의 [부산시 제공] (부산=연합뉴스) 조정호 기자 = 부산시가 교통사고 사망자를 대폭 줄이기 위해 교통사고 취약 분야에 대한 맞춤형 안전대책을 마련했다. 부산시는 16일 오전 도로교통공단 부산지부 교...
  6. 구로구, 어린이 자전거 교통 안전교육 실시 구로구가 11월 8일까지 ‘어린이 자전거 교통 안전교육’을 실시한다. 2024년 찾아가는 자전거 교통 안전교육에서 교육을 듣고 있다. 어린이 자전거 교통 안전교육은 어린이들에게 체계적으로 자전거 교통안전에 대해 교육함으로써 교통사고를 예방하고 올바른 교통문화를 정착하기 위해 마련됐다. 교육 대상은 어린이집, 유치
  7. ‘한강 리버버스’ 명칭 공모…13일~22일 국민 누구나 참여 가능 서울시가 전 국민의 참신한 아이디어로 오는 10월 한강에 선보이는 수상 교통수단 ‘한강 리버버스’의 새로운 이름을 짓는다. 서울시는 13일부터 22일까지 10일 동안 `한강 리버버스`에 대한 명칭 대국민 공모를 실시한다. 서울시는 이달 13일(월)부터 22일(수)까지 10일 동안 ‘한강 리버버스’에 대한 명칭 대국민 공모를 실
  8. 日혼다, 전기차·소프트웨어 투자 2배로 늘린다…"87조원 투입" 일본 자동차 업체 혼다가 2030년까지 전기차와 소프트웨어 분야에 10조엔(약 87조원)을 투자한다고 16일 밝혔다.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과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미베 도시히로 혼다 사장은 이날 도쿄에서 개최한 설명회에서 이 같은 계획을 발표했다.혼다는 지금까지 전기차 등에 5조엔(약 43조5천억원)을 투자할 방...
  9. 여수시 지역교통안전협의체, 화물자동차 불법운행 단속 나서 여수시 지역교통안전협의체가 지난 8일 화치동 산단주유소 삼거리에서 화물자동차 불법운행 단속에 나섰다.  여수시 지역교통안전협의체가 지난 8일 화치동 산단주유소 삼거리에서 화물자동차 불법운행 단속을 하고 있다. 시에 따르면 ‘지역교통안전협의체’는 시 교통과, 여수경찰서, 한국교통안전공단 광주전남본부 등 교통
  10. 인천시, 남동택시쉼터 환경개선 완료 인천광역시는 택시운수종사자들에게 쾌적하고 편안한 휴식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기존 남동택시쉼터의 환경을 개선하고 전기 충전기 설치도 완료했다고 밝혔다. 남동택시쉼터개소한 지 10년 이상 돼 노후된 남동택시쉼터 내부를 리모델링해 1층에는 졸음운전을 방지하기 위해 쉴 수 있는 카페 공간을 조성하고, 2층에는 장시간 운전으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