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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산업 지원안 총체적 난국
  • 박순영 기자
  • 등록 2009-03-29 23: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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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차 판매 '올스톱'…형평성·실효성 논란
정부가 지난 26일 발표한 노후차량 교체 시 세금 감면 추진 방안이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신차 구입 부담을 줄여 자동차 산업과 내수시장을 살리겠다는 취지이지만, 시장에는 이미 혼란이 벌어지고 있는 데다 실제 추진 여부와 세금 감면 방식의 적절성을 놓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정부의 세금 감면 정책은 5월부터 2000년 이전 등록한 차량을 올해 연말까지 신차로 교체하면 자동차 관련 세금을 최대 70%(250만원 한도) 깎아주겠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그러나 이로 인해 자동차 판매가 뚝 끊어지고, 신차 구매를 고려하던 사람들은 구매 시기를 5월 이후로 늦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자동차대리점에는 세금 감면 정책 발표 이후 손님들의 발길이 눈에 띄게 줄고 있다. 반면 다음달 새차를 받기로 했던 고객들의 문의 전화는 크게 늘어나고 있다. 출고를 늦추거나 아예 계약 취소가 가능한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대리점 관계자들은 특히 5월 이전 새차를 전달받은 사람들이 자동차 등록을 늦추는 사례도 속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자동차 세금은 등록 시점 기준으로 적용되기 때문에, 4월에 새차를 받더라도 등록은 5월에 하려는 소비자가 많을 것이라는 것. 한 대리점 관계자는 “새차를 받은 뒤 10일이 지나 등록하면 하루 늦을 때마다 1만원씩 과태료가 부과된다”면서 “하지만 최대 과태료가 50만원이기 때문에 세금 감면액과 과태료를 비교해 등록을 늦추는 소비자가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번 대책은 혜택을 받는 차의 보유기간이 명확하지 않아 인센티브 발표시점에 따라 혈세가 낭비될 수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자동차 상태가 무시돼 폐차 직전이라도 차만 보유하고 있으면 되기 때문에 신차를 구입할 사람이 저가의 중고차를 미리 사놨다가 신차를 구매하면 차액을 챙길 수 있다.

예를 들면 쏘나타, 아반떼, 크레도스의 2000년 이전 등록 모델은 평균 130만원 내외에 구입 가능하다. 공채할인을 적용한 이들의 등록비용은 10만원 내외여서 140만원이면 본인 차로 등록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차를 구매한 후 세금감면 시점에 처분하고 그랜저 330 톱 모델을 사면 250만원의 감세를 받게 돼 110만원의 차익이 생긴다. 더구나 중고차 처분 금액으로 최소 50만~70만원을 돌려받을 수 있어 총 180만원의 혜택을 볼 수 있다. 폐차 직전의 더 상태가 안좋은 차를 등록시킨다면 더 많은 혜택을 볼 수 있다.

아울러 청와대가 세금감면 정책의 전제조건으로 '자동차산업의 노사관계 선진화'를 내걸면서 실제 정책 성사 여부가 불확실하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자동차 업계가 노사관계 선진화를 위한 가시적 조치를 내놓지 못할 경우 문제가 복잡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전제조건이 충족돼야 지원할 수 있지만, 이미 세금 지원안에 대한 기대감이 큰 상태에서 백지화하면 소비자와 업계의 불만이 폭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번 지원안이 녹색성장 정책과 배치되고 형평성·실효성 면에서 문제 있다는 지적도 많다. 소형차보다 중·대형차를 살수록 세금 감면액수가 커지는 게 대표적이다. 소형차를 사면 70만~80만원 세금이 줄지만, 그랜저 같은 대형차를 사면 250만원까지 세금이 준다. 결국 감세혜택을 많이 받으려면 대형차를 사야 한다는 얘기다. 이는 연비가 좋은 소형차를 타도록 유도해 이산화탄소(CO₂) 배출을 줄인다는 정부의 녹색성장 전략과 정반대다.

이번 지원안은 고연비의 소형차에 보조금을 주는 외국의 최근 정책 흐름과도 동떨어져 있다. 프랑스는 10년 이상 된 중고차를 폐차하고 준중형차(휘발유 1L당 15km 이상 주행) 이하를 사야 1000유로를 지원하고, 이탈리아는 소형차(L당 18km 이상) 이하, 스페인은 경차(L당 20km 이상)를 사야 지원한다. 일본과 중국, 독일 등은 소형차와 친환경차를 구입할 때만 보유세와 취득세 등을 감면해 준다.

자동차 업계는 4월 자동차 판매가 급감할 수 있으므로 실시시기를 앞당겨 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이번 조치가 '특혜'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올해 원화 약세로 가장 큰 이익을 본 현대·기아차가 정부 지원을 요청하면서 노사 문제나 생산성 향상에 손을 못 댄다면 누가 지원에 동의하겠느냐"고 말했다. 내수 판매 부진으로 늘어난 중·대형차 재고의 처리를 국민 세금으로 도와주는 꼴이라는 지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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