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운전자에 한해 보험금을 지급하기로 한 자동차보험 약관에서 말하는 ‘가족’의 범위에 아버지와 사실혼 관계인 배우자는 포함될까. 1·2심이 엇갈린 판단을 내린 가운데 대법원은 최종적으로 포함되지 않는다는 판결을 내렸다.
박모씨(32·여)는 2006년 피보험자의 범위를 가족으로 한정한 자동차보험에 가입했고, 그의 아버지와 함께 살아온 사실상의 배우자인 K씨가 박씨의 차를 몰다 교통사고를 냈다. K씨는 박씨의 아버지와 혼인해 10여년간 살다 채무 독촉에 시달려 서류상 이혼한 상태였다.
보험사는 K씨가 박씨의 가족이 아니라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고, 박씨는 소송을 냈다.
1심은 K씨가 박씨의 법률상 어머니가 아니라는 이유로 보험사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항소심은 “가족의 범위를 법률상 가족으로 한정할 게 아니라 실질적인 가족공동체를 이루는 구성원 모두로 봐야 한다”며 보험금 지급을 판결했다.
결과는 대법원에서 다시 바뀌었다. 대법원 제2부(주심 박시환 대법관)는 K씨가 약관에서 말하는 가족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원고 패소 취지로 사건을 인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0일 밝혔다.
약관의 해석은 객관적이고 획일적으로 이뤄져야 하며 K씨를 가족으로 보기 위해서는 법률상 혼인관계가 필요하다는 판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