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0cc급 준중형 택시가 불경기 시대에 연료 효율도 좋아 빠르게 확산될 조짐이다.
준중형 택시는 서울 일진운수(대표:유일연 도봉구 창2동)가 지난 2007년 2월 국내 처음으로 '세라토'를 개조, 도입한 데 이어 최근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일진운수는 현재 보유대수 98대 가운데 58대를 1600cc급 세라토 및 포르테택시로 운영하고 있다. 이 회사가 준중형 택시를 도입한 것은 날로 치솟는 기름값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2000cc급 쏘나타 택시의 실제 연비는 리터당 6km에 불과하지만 포르테 택시는 리터당 9.36km. 보통 2교대로 하루에 400km 운행하는 것을 감안하면 23리터가 절약된다. LPG가격을 리터당 1000원 기준할 때 택시 한 대당 연간 800만원을 절약할 수 있다.
일진운수 박철영 전무는 "2000cc와 1600cc를 같이 운영해보니까 연료가 25% 절감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런 사실이 소문나면서 전국 곳곳의 택시업체들로부터 많은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준중형 택시는 대구, 경북, 경남 등 전국적으로 100여대가 운행되고 있으며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제주도가 준중형 택시를 시범운영하기로 했으며 부산은 소형택시 운행을 눈앞에 두고 있다.
준중형 택시 요금은 중형택시와 같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상 중형 택시 기준은 배기량 1500cc 이상으로 1600cc인 준중형택시는 법적으로 중형 택시다. 같은 요금을 내고 준중형을 타니 승객들은 손해볼 기분이 들 수도 있지만 택시요금 인상을 막을 수 있어 장기적으론 이익이다.
준중형 택시는 무엇보다 에너지 절약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하지만 준중형 택시의 확산에는 큰 걸림돌이 있다. 현대·기아차 등 자동차메이커들이 마진을 이유로 2000cc 이하는 LPG 택시를 만들지 않고 있다. 택시업체가 직접 일반 승용차를 사서 개조하는 만큼 추가 비용이 들 수 밖에 없다.
준중형 택시는 아직 소비자 인식 전환과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지만 서서히 큰 변화를 몰고올 조짐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