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한나라당이 수십년간 계속돼온 화물운송시장의 골격을 바꾸기 위해 칼을 빼들었다. 당·정은 이를 위해 지난 7월부터 민·당·정 합동TF를 구성해 4차례 회의를 가졌고, 지난달 12일에는 대규모 공청회를 열어 각계의 의견을 수렴했다. 당·정은 오는 2월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당·정의 입장은 확고해 보인다. 화물사업자의 수익성이 갈수록 악화, 제도 자체를 변경하지 않으면 언제든 화물연대 파업과 같은 극한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고 보고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장 설 자리가 좁아진 운송업체나 주선업체들은 현실을 경시한 일괄적인 제도 변경은 여러가지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개정안 국회 제출을 앞두고 물밑 다툼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화물업계 모두가 이 법안에 따라 생존의 갈림길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화물운송제도의 쟁점은 크게 3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다단계 거래를 방지하기 위한 직접운송의무제다. 화물운송업체는 수탁 받은 화물의 50% 이상을 회사 소속차량(직영 혹은 위수탁·지입)으로 직접 운송해야 한다. 오는 2010년 30%로 시작, 연차적으로 비율을 높이겠다는 것이 정부 계획이다.
하지만 운송업체들은 신규 차량 증차가 막혀 있는 상황에서 이 제도가 시행되면 대형 운송사들이 차량 확보에 나서 '차량 번호판' 가격이 급등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30만명의 개인 위수탁(지입)화물차주들은 이번 방안에 비자산형 3자 물류기업과 대형 2자 물류 회사들의 협력차량으로 들어갈 수 있을 뿐 아니라 자신들의 차량 번호판 프리미엄이 올라 갈 것으로 보고 반기고 있다.
둘째, 화물주선업체와 운송업체에 협력 운송업체의 운송능력과 배차확인 의무를 부과하는 '위탁화물 관리책임 부과'문제다.
이 역시 물량을 확보하지 못하고 번호판 임대업만 하는 운송업체들에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셋째, 화물운송 실적관리시스템을 구축해 운송·주선실적 신고를 2010년부터 의무화하도록 한 것이다.
시스템 상으로 물량운송 거래 내역이 공개될 경우 과도한 운송료와 주선료가 외부로 밝혀질 수 있어 주선업계와 운송업체들이 가장 우려하는 대목이다.
반면 일반 화물차량 차주들은 적정운임과 주선수수료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외에 화물차 수급안정을 위해 시·도간 양도양수 및 신규 허가 후 3년 내 양도양수를 금지토록 한 것에 대해 영세한 용달·개별차주들의 반발을 사고 있으며, 지입(위·수탁) 차주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표준 위·수탁 계약서'의 법적 근거 마련도 화주들의 저항에 부딪히고 있다.
이제 첫 걸음을 뗀 정부의 화물운송시장 선진화 방안이 수십년동안 다단계거래와 위수탁경영이 고착화돼 있는 화물차운송시장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