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퇴자협회(KARP)는 경기도 구리시 인창동에 사는 개인택시 기사 한창재 할아버지를 '올해의 일하는 최우수 고령 히어로'로 선정하고 17일 시상식을 갖는다.
한창재 할아버지는 1919년 3·1운동 하루 전에 태어나 우리 나이로 구순(九旬·90세). 직업은 개인 택시기사다. 한국은퇴자협회 조사 결과 택시기사 중 국내 최고령이다. 1956년 처음 택시 운전대를 잡았으니 52년째다.
그가 자동차와 인연을 맺은 것은 6·25 한국전쟁 때다. 함경남도 출신인 그는 전쟁기간 내내 운전병으로 근무했다. 전쟁 후 3년간 자동차 정비를 하다가 택시 운전대를 잡았다. 전쟁으로 피폐해져 모두 힘들었던 시절 '입에 풀칠하기 위해' 군대 주특기를 살린 것이다.
그는 매일 오전 7시면 자신의 '회색 애마' SM5에 오른다. 지금도 하루 10시간 정도를 꼬박 일한다. 몇 년 전만 해도 새벽 1~2시까지 일했는데 요즘은 건강이 예전같지 않아서 오후 6~7시까지밖에 일을 못한단다. 요즘 수입은 예전만 못하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안경을 썼지만 시력도 문제가 없고 목소리도 또렷해 겉으로 보기에는 60~70대로 보였다. 70대에 머리가 백발이었으나 그 후 검은 머리가 하나 둘 나기 시작해 요즘엔 반백이 됐다.
그는 3년 전 콩팥에 탈이나 콩팥 제거 수술을 받았다. 큰 아들(56)을 비롯한 자녀(2남 2녀)가 수십 년 전부터 "이젠 쉬시라"고 말렸지만 "일할 수 있을 때까지 일하겠다"며 운전대를 놓지 않고 있다.
쉴 때도 되지 않았느냐고 묻자 "그러면 바로 가지(죽지)"라고 했다. 늙은 사람이 놀면 병이 나고 더 빨리 죽는다는 설명이었다. 평상시에 특별한 운동을 하지 않는다는 그는 일이 건강의 비결이라고 했다.
"돈이 문제가 아니야. 뭐든 할 수 있다는 '젊은 마음'을 가져야지. 늙었다고 생각하면 아무것도 못해. 나는 매일 일하니까 동네 노인정이 어디 있는지도 몰라."
그는 10년 전 첫 아내와 사별한 뒤 재혼해 33평형 아파트에서 둘이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