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하락으로 휘발유와 경유 값은 급락하고 있지만 LPG 값은 여전히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연비를 고려한 LPG차량의 유류비 부담액이 경유·휘발유 차량을 앞지르는 수준에 이르렀다. LPG는 택시와 장애인 차량에 주로 이용돼 왔는데, 이제는 이들 차량에 싼 연료비 혜택이 없어지고 있는 셈이다.
8일 현재 차량용 LPG의 충전소 평균 판매가격은 1ℓ당 1125원으로 올해 들어서만 30%(1월 870원대)가량 올랐다. 반면 휘발유값은 ℓ당 1376원, 경유값은 1337원으로 올초 대비 각각 16%, 8% 내렸다.
LPG 가격은 2001년도만 해도 휘발유 가격의 3분의 1 수준에 지나지 않았지만, 차량용 연료에 대한 세제개편에 따라 지난해는 2분의 1 수준, 현재는 5분의 4 수준까지 격차가 좁혀졌다.
금액에서는 여전히 LPG가 싼 편이지만, 차량 연비와 유류세를 고려하면 그렇지 않다. 현대차의 배기량 2000cc급 쏘나타 차량(수동) 기준으로 LPG 연비는 10.4km/ℓ이며 휘발유는 12.8km/ℓ, 경유는 17.1km/ℓ이다. 이를 기준으로 1km를 가는 데 드는 비용을 계산해보면 LPG는 108.17원으로 휘발유(107.50원), 경유(78.18원)보다 더 비싸다.
LPG에 붙는 각종 세금은 평균 25%로 휘발유(56%), 경유(43.6%)보다 낮다는 점을 감안하면 LPG가격이 훨씬 더 높다.
LPG 차량 운전자들은 ‘체감 연비’가 공식 연비보다 훨씬 낮다고 말하고 있다. 쏘나타 택시운전사 김 모(55)씨는 “시내 주행 때 LPG차량의 실질 연비는 5~6㎞ 정도로 휘발유 연비와 더 큰 차이가 난다”고 밝혔다.
LPG업계는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계속 빠지는 데도 불구하고 LPG가격은 거꾸로 오르는 이유에 대해 LPG는 수입 완제품인 반면 휘발유는 원유를 수입해 만든 국내 생산품이란 점을 강조하고 있다. 급등하고 있는 환율을 적용해야 하는 강도가 정유업체와는 다를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LPG업계를 보는 택시업계의 눈은 의혹 투성이다.
전국택시연합회 홍명호 전무는 "국내 LPG 소비량의 60%는 수입, 40%는 국내 정유사가 생산하고 있어 국내 생산원가와 수입사 LPG 원가가 상이함에도 단일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는 점, 수입사의 LPG가격 결정시 환율, 제세공과금, 유통비용 등이 공개되지 않는 등 가격결정체계가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