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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중복투자로 5조4천억 예산 낭비
  • 이병문 기자
  • 등록 2005-07-19 00:5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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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녹색연합 조사, 과잉투자 구간 27곳 중복거리 434.8km
현재 추진중인 국도.고속도로 건설 공사가 중복.과잉 투자로 무려 5조4천억원이 낭비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녹색연합은 지난 6월13일부터 30일까지 전국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는 도로 공사현장을 조사한 결과 현재 국도 건설 공사 구간 중 24곳, 고속도로 건설 공사 구간 중 3곳이 중복.과잉 투자되고 있으며, 이들 중복.과잉투자 구간의 총 연장길이는 434.8km로 경부고속도로 길이(417.4km)보다 더 길고, 이 공사로 낭비되는 예산은 무려 5조4천억 원에 이른다고 18일 밝혔다.

녹색연합이 고속도로와 국도의 중복.과잉투자 구간으로 꼽은 곳은 ▲고속도로와 국도가 인접해 나란히 뚫려있는 구간 중 국도가 4차선으로 확장돼 있거나 확장공사 중이며 ▲지난 5년간 국도 통행량의 변화가 거의 없거나 통행량이 줄었어도 국도의 4차선 확장공사나 고속도로 신설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구간이다. 이들 공사현장을 중복.과잉투자 구간이라는 근거로 지난 5년간 교통량의 변화를 들었다.

녹색연합은 대표적인 예로 32번 국도 4차선 확장공사와 당진~대전고속도로 건설 공사가 동시에 이루어지고 있는 32번 국도를 들었다. 이곳의 2004년 교통량은 2000년 교통량과 비교해 구간별로 적게는 하루 500대에서 많게는 2천대까지 교통량이 줄어 들었다. 교통량의 변화가 감소하는 추세임에도 이 구간에 같은 기능을 하는 4차선의 새로운 고속도로와 국도를 개통한다는 것은 중복.과잉투자의 전형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녹색연합은 지적했다.

녹색연합은 특히, 도로현장 조사결과 산지를 깎고 농지를 메우는 등 도로 건설이 가져오는 생태계 파괴와 단절의 피해는 매우 크다고 밝혔다. 이러한 피해가 어쩔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도로정책이 만들어낸 결과라고 덧붙였다.

특히 32번국도 확장공사, 당진∼대전고속도로 건설공사, 4번.40번국도 확장공사, 공주∼서천고속도로 건설공사 등이 동시에 벌어지고 있는 충남의 서부지역은 현재 도로공사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주장했다.

녹색연합은 "고속도와 국도의 건설에 따라 없어지는 논과 밭, 산림은 쉽게 복원되지 않으며, 2004년 한해에만 도로.철도 등 공공시설에 따른 농지 전용면적은 5천742ha로 여의도 면적의 6.5배에 이른다"고 밝혔다.

녹색연합은 중복.과잉투자 공사구간이 개통 후 어떤 모습이 될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로 3번국도와 중부내륙고속도로가 인접해 지나는 이화령구간을 들었다.

이화령구간은 문경에서 이화령을 지나 수안보로 이어지는 구간으로 이격 거리가 500m도 채 안 되는 공간에서 이화령을 지나는 4차선 국도와 고속도로가 병행하고 또한 옛 3번국도가 그대로 놓여있다. 특히 국도인 이화령터널 구간은 현재 교통량이 계획 당시 예측교통량(2만7천300대)의 20~30%에도 못 미치자 민자사업자인 새재개발(두산건설 자회사)이 국가(부산지방국토관리청)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 지난 2004년 12월29일 1심에서 704억여 원을 배상하라는 승소판결을 받아냈다고 밝혔다.

녹색연합은 이같은 중복.과잉투자가 발생하는 이유로 ▲건설교통부 도로정책의 부실 ▲예산의 과잉과 자동차.도로 공급 중심의 교통정책 ▲부풀려지는 교통수요예측 ▲건설업의 과잉을 들었다.

녹색연합은 우리나라 고속도로와 국도 연장 길이가 OECD 국가들과 비교해 결코 짧지 않음에도 건설교통부가 도로율이 낮다는 논리를 내세워 국도와 고속도로 확장.신설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국토면적당 고속도로연장은 OECD국가 중 여섯 번째 이며, 건설교통부가 흔히 비교하는 일본, 미국, 영국과 인구당.국토면적당.차량당 도로연장, 국토계수당 도로밀도로 비교해도 고속도로의 경우 각각의 지표가 일본이나 영국보다 높다고 주장했다.

또, 국도는 일본이나 영국과 비교해서 약간 높거나 낮은 상태라고 밝혔다. 우리나라 도로율이 낮은 이유는 고속도로와 국도에는 상관없는 지방도로와 기타도로의 부족 때문인데, 건설교통부가 이를 합쳐 선진국의 1/3~1/4 수준이라고 이야기하며 국도와 고속도로 확장이나 신설에 나서는 것은 자신들의 밥그릇을 챙기기 위해 (지방도로와 기타도로는 건설교통부 주무소관이 아님) 국민들을 속이는 것에 불과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녹색연합은 중복.과잉투자를 막기 위해 고속도로와 평행한 국도 구간의 획일적인 4차선 고규격화 확장 공사를 즉각 중단할 것과 7X9의 고속도로 건설계획을 백지화하고, 고속도로와 국도의 유기적 연결 관계를 고려한 도로정책을 다시 수립할 것을 촉구했다. 또 현재 검토 중인 국토 제4차 국토종합계획 수정계획(안)에 이러한 내용을 반영시킬 것을 요구했다.

녹색연합은 도로중복투자를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 건교부를 중심으로 지방자치단체, 시민단체(교통, 환경)등이 참여하고 고속도로와 국도, 지방도, 광역시도 등 주요 도로망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도로건설의 필요성과 타당성을 검토하는 가칭 '도로 타탕성 검토위원회'를 둘 것을 건교부에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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