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고인 도로에서 미끄러져 발생한 교통사고가 났다면 도로 관리를 게을리한 국가에 60%의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0부(부장판사 최진수)는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가 "교통사고는 도로관리를 잘못한 국가의 책임"이라며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구상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23일 밝혔다.
지난 1월 택시 운전사 김모씨는 승객 1명을 태우고 경기도 광주에 위치한 43번 국도를 달리던 중 물이 약 25m 정도 고여 흰 차선도 보이지 않는 지점에서 미끄러져 중앙분리대를 박은 뒤 2명이 타고 있던 반대편 차선의 차량 1대를 박아 4명 모두 현장에서 숨졌다.
이에 택시운송사업조합은 사망자에 대한 손해배상금 및 차량 수리비 등으로 모두 5억2000만여 원을 지급했으나 "도로 관리를 게을리한 국가도 70%의 책임이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의 조사에 따르면 사고 당시는 비가 그친 뒤 약 4 시간이 지난 새벽으로 엷은 안개가 끼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며 해당 도로의 배수구는 이물질로 막히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국도유지사무소에서 좁쌀을 거를 수 없을 정도의 촘촘한 철망을 설치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 사고 지점의 중앙분리대는 물, 모래 등이 전혀 채워져 있지 않은 플라스틱이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사고 지점은 배수구 막힘 방지용 철망으로 차선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물이 고여있었음에도 아무런 주의·경고 표지판이 없었다"며 "도로 설치 및 관리상의 하자가 인정되므로 국가의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배수구 철망을 제거한 후 사고 당일보다 많은 양의 눈, 비가 왔음에도 도로는 별다른 물고임 혐상이 없었다"며 "중앙분리대도 빈 플라스틱 통으로 충격을 흡수하지 못해 반대편 차선까지 사고가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당시는 겨울철 야간으로 도로가 결빙될 확률이 높았던 점, 당시 날씨가 흐렸던 점, 악천 후 시에는 속도를 감속해야 함에도 다소 과속한 것으로 보여지는 점 등에 비춰 택시운전사의 잘못도 있어 국가의 책임을 60%로 제한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