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시 주정차 허용 불구, 후속 조치없어 공염불
정부가 도심 주·정차 관련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켜 지난 6월 22일 시행에 들어갔음에도 일선 택배차량에게 무차별로 주·정차 위반 스티커가 발부되고 있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화물 수·배송을 위한 택배 차량들의 잠시 주·정차는 필수적이라는 현실을 감안, 정부는 지난해 도로에서 제한적 주차 또는 정차의 허용근거 마련을 위해 관련법 일부를 개정(도로교통법 제 32조의 2 신설)했다. 교차로, 소방시설 등의 금지구역이 아닌 곳에서는 화물 하역을 위한 일시 주정차를 제한적으로 허용하기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도심에서 일시 주정차가 불가피한 택배차량들의 숨통이 트이는 듯 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이를 무시한 무차별 단속이 벌어지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개정안이 시행됐지만, 경찰청에서 구체적인 단속지침이 마련되지 않아 택배차량 주정차 단속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며 "개정 법안이 아직까지 전혀 적용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모 구청의 교통지도과 관계자는 주정차 단속과 관련된 법 개정안이 바뀐 사실도 모르고 있었다. 일부 구청은 개정안이 바뀐 사실은 알고 있으나 세부 지침이 내려오지 않아 기존 단속기준을 적용해 단속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새로 개정된 도로교통법 개정안은 택배 배송현장에서 주정차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생색내기 법안으로 자리하고 있는 실정이다. 택배업계는 수년간 택배차량 주정차 단속에 대한 불합리성을 시정해 달라고 건의해 법까지 개정했으나 각 구청과 관련 공무원들이 실적에만 급급해 단속에 혈안이 돼 있어 택배현장의 어려움을 더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택배 차량들은 업무 특성상 도심 내 이면도로 등에 3~5분의 짧은 주·정차가 불가피하다. 하지만 택배현장에서의 무차별 주정차 위반 스티커 남발은 택배 현장 종사자들의 근로의욕을 떨어뜨리고 서비스 질 저하로 나타나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국내 택배차량은 4만2천여대로 대도시 지역 차량을 2만5천대로 추정할 때 이들이 한달 평균 발부받는 스티커 수는 2~3회, 총 위반 건수는 약 6만2천500건이 넘는다.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택배업계가 1년에 주·정차 위반 과태료로 지불하는 비용은 매월 약 2억5천만원, 연간 30억원 규모다.
이러한 과태료는 택배본사가 아닌 일선 택배 배송기사들의 부담으로 돌아가고 있다. 택배사원들은 서울 도심지 중 강남, 서초, 중구 순으로 택배차량들이 주·정차 위반 스티커를 가장 많이 발부 받는다며 도심 빌딩 배송을 위해 허겁지겁 올라갔다 내려와 스티커가 붙어 있으면 맥이 쏙 빠져 더 이상 서비스에 나설 생각이 사라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