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택시기사가 승객이 두고 내린 6천만원이 든 가방을 고스란히 되돌려 주고 사례비도 일체 마다해 여름철 무더위 속에 청량제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1일 저녁 서울 마포에서 신대방동 보라매병원까지 택시를 타고 갔던 58살 최용자 아주머니는 차에서 내린 뒤 거의 정신을 잃다시피 했다. 아들의 전세금 6천만원이 든 가방을 두고 내렸기 때문이다.
차번호도 미처 확인하지 못한 최 씨는 경찰에 분실신고하고 서울 관악경찰서 당곡지구대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여전히 마음을 가누질 못했다.
그런데, 가방을 잃어버린지 8시간 쯤 지난 다음날 새벽 4시, 최 씨는 한 통의 전화를 받고서야 웃음을 되찾을 수 있었다.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택시기사 68살 이병섭씨가 가방안에서 전세금 6천만원과 계약서를 뒤늦게 발견하고 즉시 연락했기 때문이다. 각박한 세상, 눈감으면 코를 베어간다는 요즘 세상의 흔치 않은 주인공은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년의 택시기사였다.
이 씨는 뒤늦게 가방을 발견하고는 그날 저녁 병원앞에서 20~30분 기다렸다가 집에 와서 보니 액수가 엄청 많아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수첩에 연락처가 적혀 있어 바로 최 씨에게 전화했다.
돈을 돌려받은 최 씨가 감사의 표시를 하려고 통장 계좌번호를 알려달라고 했으나 이 씨는 이마저도 거절했다.
이병섭씨는 통장번호를 알려 달라고 해서 한참을 싸웠다고 한다. "내가 할 일을 했다 뿐인데, 그거 받아쓰면 뭣하겠어요? 욕심을 내지 않고 순수하게 살아야 남한테 손가락질 안받는 거죠."
화제의 주인공 이병섭씨는 올해 68세로 40년 이상 운전대를 잡아왔으나 그 자신 서울 장안동의 조그만 연립주택 3층에 사는 등 넉넉치 않는 살림을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