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보험업계는 운전자가 중과실로 교통사고를 내거나 피해자에게 8주 이상 중상해를 입힐 경우 민·형사상 책임을 묻도록 관련 법 개정을 건의키로 했다.
현재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교특법)에 의해 종합보험에 가입해 있으면 교통사고를 내도 운전자는 민·형사상 책임을 면제받도록 하고 있다. 다만 △음주 △과속 △신호위반 △중앙선 침범 △횡단보도 사고 △무면허 운전 △앞지르기 방법 위반 △보도침범 △건널목 통과방법 위반 △개문발차 △어린이보호구역 등 11개 중대 법규를 위반한 사고는 예외적으로 형사 처벌이 가능하다.
이상용 손해보험협회장은 25일 서울 중구 태평로클럽에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를 갖고 "교통사고처리특별법이 인명 경시 풍조와 교통법규 준수 의식의 결여를 확산시키고 있다"며 "중과실·중상해 교통사고를 낸 운전자에게 민·형사상 책임을 묻도록 정부에 교특법 개정을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피해자가 식물인간이 될 정도로 대형 사고를 내도 가해자가 자동차종합보험에 가입하고 중대 법규를 위반하지 않았다면 형사 책임이 면책되는 것은 문제"라고 설명했다.
손보협회는 앞으로 11개 예외 조항에 중과실과 중상해 사고를 추가해 고의성이 있는 난폭 운전이나 급정차 등으로 전치 8주 이상의 상처를 입히거나 실명, 혼수상태 등을 초래할 경우 민·형사상 책임을 묻도록 건의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법 개정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우선 성인 대부분이 운전 면허를 갖고 있는 국내에서 운전자는 언제든지 교통사고 가해자가 돼 기소 처분 대상이 될 수 있다.
또 보험으로 사고 보상을 하고도 형사 처벌을 받는다면 운전자들이 종합보험 가입을 꺼려 교통사고 피해자가 오히려 보상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질 수 있다. 경찰에 교통사고 처리 업무가 폭주하고, 교통사고 소송 증가로 불필요한 사회·경제적 비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