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민심' 끌어안기 포석…"특정 업종 이익 위한 것" 비판도>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택시의 지역별 총량제를 도입해 택시 수를 줄이고, 택시연료인 LPG에 붙는 특별소비세를 면제하는 등 '위기에 빠진 택시 구하기' 정책을 경쟁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14일 이시종 의원이 대표발의한 '택시운송사업 진흥을 위한 특별법'을 당론으로 확정했다. 특별법은 △택시 지역별 총량제 실시 △감차 비용 보조 또는 융자 △택시용 LPG 개별소비세 면제 △택시차량 구입시 취·등록세 면제 △일반택시 사업자의 부가가치세 전액 감면 △택시의 고속도로 버스전용차로 진입 등이 주요 골자다.
이시종 의원은 "약 2∼3년에 걸쳐 택시 수를 20%가량 감차하는 데 드는 예산은 2조∼3조원 정도"라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을 합해 감차를 추진하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모두 큰 부담없이 감차를 원활히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법안은 또 LPG 가격 상승으로 고통이 가중되고 있는 택시업계의 특수한 사정을 감안해 LPG에 대한 개별소비세와 석유판매부과금을 면제하고 부가가치세 납부세액을 전액 감면하는 등 택시사업과 관련된 세부담을 대폭 줄이도록 했다.
아울러 택시의 고속도로 버스전용차로 통행허용을 통해 택시산업을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내용도 담았다. 이 의원은 "택시의 고속도로 전용차로 이용을 허용하면 다른 차량의 통행을 크게 방해하지 않으면서도 도로 활용도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현행 도로교통법은 9인승 이상 승용자동차와 승합자동차만 버스전용차선을 이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 법안이 통과되면 택시업계가 줄기차게 호소해 온 '공급 과잉'과 LPG가격 상승으로 인한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앞서 한나라당도 전폭적인 택시업계 지원을 약속했다. 허태열 의원 등 한나라당 의원 24명은 지난달 9일 택시 지역별 총량제를 강화하고 택시 면허권을 국가가 사들이는 '감차 보상' 방식의 도입, 택시도 버스나 지하철과 같은 대중교통으로 인정해 각종 혜택을 주는 것을 골자로 한 특별법을 제출했다.
이 법안은 또 △택시요금 기준·요율 업무 국토해양부 장관에 이관 △개발제한구역 내 일반택시운송사업 차고지 설치 △일반택시운수업자 통폐합시 취·등록세, 양도소득세 감면 등을 내용을 담았다. 택시업계는 한나라당에 택시요금 인상과 함께 허 의원 등이 제출한 특별법을 당론으로 채택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어 임태희 정책위의장은 지난달 31일 서울 온수동에 위치한 동진콜택시에서 열린 택시업계와 간담회에서 "지역별 택시 총량제 강화, LPG 상승분에 따른 보조금 지급, 택시 운임 부가가치세 전액 감면 등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은 김기현 제4정책조정위원장을 단장으로 하고, 국토해양부와 기획재정부 관계자 등이 참여하는 '택시 및 운송업 대책 TF팀을 발족, 택시업계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제18대 국회는 개원되자 마자 택시관련 의원입법발의가 쏟아져 현재 10건이 넘은 법안이 제출된 상태다. 의원들이 경쟁적으로 택시관련 입법발의에 나서다보니 중복되는 법안들이 대부분이며 일부 법안은 내용이 거의 똑같은 것도 있다.
여야 할 것 없이 국회가 앞다투어 택시 구하기에 앞장서는 이유는 '달리는 민심'을 서로 먼저 끌어안으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택시는 여론의 척도 아니냐"며 "택시업계 자체가 큰 규모의 이익단체인데다가, 여론이 전파되고 공유되는 것이 바로 택시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택시업의 어려움과 맞물려 택시연합회 등 업계가 대국회 정책건의 활동을 강화한 것이 큰 효과를 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일각에선 "국회가 특정 업계의 이익에 너무 매달려 있는 것이 아니냐"며 "택시를 줄이면 사업면허에 관행적으로 붙는 프리미엄이 더 올라가, 기존 사업자만 혜택을 볼 수 밖에 없다"라는 비판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