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보업계가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의 형사처벌 면제규정이 인명경시 풍조를 야기하고 있다며 이 법의 폐지를 강하게 추진할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된다. 그러나 법무부 등 관계부처들이 미온적인 입장인데다 소비자단체 등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업계의 계획대로 법안 폐지가 가능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은 업무상과실 또는 중대한 과실로 교통사고를 일으킨 운전자에 관한 형사처벌 등의 특례를 정해 교통사고로 인한 피해를 줄이고 국민생활의 편익을 증진시키고자 지난 1982년 제정됐다. 단 한번의 과실로 가해자에게 경제적 부담은 물론 형사처벌까지 적용할 경우 너무 가혹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하지만 손보업계는 교특법으로 인해 보험에 가입만하면 교통사고 가해자가 형사적 책임을 면제받아 인명경시풍조가 야기되고 있고, 안전운전의식을 고취시키기 위해서라도 법안 폐지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손보업계는 그동안 국무총리실을 비롯해 국토해양부, 법무부 등 관계 부처에 법안 폐지를 지속적으로 건의해왔다.
손보업계는 지난 4월 국토해양부(국토부)와 협의, 현재 국토부가 추진중인 '교통사고 사상자 절반줄이기' 종합시행계획에 법 폐지안을 포함시켰다. 또 같은 달 행정안전부가 추진중인 '안전사고예방 100대 과제'에 교특법 폐지안이 포함될 수 있도록 건의하는 한편 지난달에는 법무부에도 헌법재판소에 제기됐던 교특법에 대한 헌법소원에 대해 업계의 입장을 포함시켜 줄 것을 요청하는 등 법안 폐지활동을 구체화해 나가고 있다.
손보업계는 올해 안에 교특법 폐지를 위해 정부입법을 추진하는 동시에 헌법재판소의 헌법소원심판에 적극 관여해 위헌결정을 유도하고, 교특법 폐지 논리와 법률개정안을 마련하기 위한 연구용역에 들어갔다.
교특법에 대한 헌법소원은 지난 1997년에 한차례 있었으며 당시 재판관 9명 중 5명이 위헌판단을 내렸으나, 위헌결정 정족수 6명에 미달돼 기각된 바 있다.
하지만 보소연 등 소비자단체는 보험사들이 사고율 감소를 통해 이윤을 추구하려는 명분일 뿐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보험소비자연맹 관계자는 "이 법안이 폐지되면 가해자는 경제적 부담이 크게 늘어 감내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며 "손보사들의 활동을 주시하고 있으며 법 폐지 가능성이 높아질 경우 적극 개입, 반대운동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법무부는 법 개정 필요성은 인식하고 있으나 소극적으로 합헌의견을 제출하는 정도다. 교특법이 폐지될 경우 사고낸 사람들을 모두 구속시켜야 하는데 반해 현재 인력부족에 시달리는 경찰조직의 상황도 어려운 요인으로 지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