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유값이 치솟으면서 경유에 등유를 섞어 파는 불법 주유소들이 잇따라 생겨나고 있다. 또 등유를 연료로 불법 사용하는 화물차와 전세버스가 크게 늘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유사 휘발유와는 달리 유사 경유는 주유소에서도 손쉽게 제조할 수 있다 보니 경유에 등유를 섞어 파는 불법 주유소들이 잇따라 생겨나고 있다. 4월 경유가격은 ℓ당 평균 1천588원으로 1천160원인 등유에 비해 427원이 비싸다.
지식경제부는 지난해 12월 지자체와 합동으로 집중 단속을 실시한 결과 등유를 차량연료로 판매한 5곳의 주유소를 적발했다.
그러나 실제 이같은 주유소는 상당수에 이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최근 K주유소는 지난 2월 경유에 값싼 보일러용 등유를 15% 섞어 팔다 행정기관에 적발됐다. 하지만 이 주유소는 유류저장 과정에서 실수로 경유와 등유가 혼합됐다고 변명했다. 유사 경유를 판매하다 적발된 주유소들은 대부분 과징금을 내고 버젓이 영업을 하고 있다.
특히 유사 경유 여부를 가려내는 데 2주 정도 걸리다 보니 유사 경유로 적발이 되더라도 이미 시중에 유통이 끝난 상태가 돼 회수가 되지 않고 있어 큰 문제다.
또한 경유값이 치솟자 경유와 등유를 섞어 사용하는 화물차와 버스도 급증하고 있다. 이같은 불법 주유는 연료소모량이 많은 10∼15t 대형트럭과 관광·전세버스 기사들 사이에서 성행하고 있으며, 자체 유류시설을 갖춘 일부 버스회사 등도 등유를 대량 비축해두고 필요할 때마다 경유와 혼합해 사용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화물차와 전세버스의 불법주유는 운전자들이 단골 주유소에 전화로 배달주문을 한 뒤 소형유조차와 한적한 약속장소에서 은밀히 만나 이뤄지기 때문에 적발이 어렵다.
15t트럭의 경우 보통 400ℓ짜리인 연료탱크를 경유로 가득 채우기 위해서는 63만여원이 필요하지만 값싼 등유와 엔진오일을 섞어 탱크를 채울 경우 등유값과 오일값을 합해도 47만여원이면 충분하다. 주유 때마다 16만원 이상을 아낄 수 있는 셈이다.
화물차운전자 박 모(45)씨는 “경유값이 너무 올라 수년전부터 등유와 엔진오일, 또는 등유와 경유를 섞어 연료로 사용하고 있다”며 “주변의 동료기사 가운데 95%이상이 이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사 경유는 자동차 엔진의 출력을 떨어뜨리고 매연양이 많아지는 데다 엔진 수명까지 단축시킨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등유와 경유는 근본적으로 옥탄가나 발열량이 다르기 때문에 장기간 공인연료가 아닌 기름을 주연료로 사용할 경우 연료계통이 부식되거나 연료분사 펌프가 손상되는 것은 물론 주행 도중 엔진에 불이 붙거나 갑자기 멈춰설 수 있어 위험천만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