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 소유의 화물차량을 가지고 운수회사와 운송 계약을 맺어 화물 배송을 수행하는 '지입 차주'도 근로자이므로 업무상 재해를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부장 신동승)는 7일 화물 운송 도중 뇌출혈로 갑자기 쓰러져 숨진 김모씨의 아내 오모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김씨는 형식적으로는 운송회사와 용역계약을 체결한 개인사업자지만, 계약에 따른 근무규정을 적용 받아 사실상 운송회사의 지휘 감독을 받는 등 실질적으로는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했으므로 운송회사의 근로자로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현씨가 근로자로 볼 수 있는 정황으로 ▲회사가 정한 운행시간과 운행노선에 따라 화물차를 운행하고 ▲일지와 타코미터도 제출한 점 ▲다른 기사를 고용해 대리운행하게 한 적이 없는 점 ▲운행횟수나 운송량과 관계없이 매월 일정액을 받은 점 등을 들었다.
그러나 대법원은 지금까지 지입 차주를 근로자로 인정치 않고 있어 상급심 판결이 주목되고 있다. 지입 차주의 경우 사안에 따라 판결을 통해 인정받은 경우에만 산재 혜택을 받고 있다. 근로복지공단 측은 "행정법원이 판결이 있다고 해도 법 개정이 선행되지 않는 한 공단이 지입 차주를 산재 대상으로 수용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2005년 1월 한 운송회사와 용역계약을 맺고 자신의 차량을 이용해 유통업체에 공산품을 배송하는 일을 하던 김씨는 이듬해 1월 배달을 마치고 물류센터로 돌아가던 중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져 3개월 후 뇌출혈 등으로 사망했다. 유족은 공단측이 지입 차주는 독자적인 사업을 하는 개인사업자여서 근로자로 볼 수 없다며 유족급여 지급을 거부하자 소송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