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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꼴찌가 전국 회장 당선
  • 이병문 기자
  • 등록 2007-12-10 09:3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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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비聯 차기 회장에 정병걸 씨…화제와 동시 논란
전국자동차검사정비연합회의 차기 회장에 정병걸 서울조합 이사장이 당선돼 화제와 동시에 논란이 일고 있다. 정 이사장은 지난달 27일 치러진 차기 서울조합 이사장 선거에서 입후보자 4명 중 꼴찌를 차지했으나, 지난 5일 연합회장 선거에서 당선됐다. 올림픽으로 치자면 지역예선에서 꼴찌로 떨어진 선수가 본선에 나가 금메달을 딴 셈이다.

전국자동차검사정비연합회는 지난 5일 연합회 회의실에서 임시총회를 열고 차기(제11대) 회장 선거를 실시해 정병걸 서울 이사장을 선출했다. 정 이사장과 조정래 광주조합 이사장이 경선을 벌인 이번 회장 선거는 당초 조정래 광주 이사장의 압도적인 우위가 점쳐졌었다. 정 이사장이 연합회비 장기미납으로 연합회에서 제명되는 등 선거권을 가진 다른 시·도 이사장들과 상당기간 거리가 멀어진데다 서울조합 차기 이사장 선거에서도 꼴찌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 선거에서는 의외의 결과가 나타났다. 정 이사장이 9대 8로 조정래 이사장을 누르고 당선된 것이다. 심기일전(心機一轉)한 꼴찌의 반란일까? 그의 당선에 많은 사람들이 박수를 보냈으나 한편으론 경악을 금치 못하며 어떻게 된 일인지 궁금해 하고 있다.

정 이사장의 당선은 무엇보다 그가 회장 당선을 위해 노력한 결과라는 것이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러면서도 이번 선거가 구조적으로 잘못됐으며 이런 점이 정 이사장의 당선에 기여했을 수 있을 것으로 분석한다. 정 이사장의 당선이 화제와 동시에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이유다.

이번에 선거권을 행사한 사람들은 전국 16개 시·도 조합 이사장과 최종식 회장 등 17명. 하지만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올해 또는 내년 1, 2월말을 끝으로 임기가 끝난다. 쉽게 말해 떠나거나 떠날 수 있는 사람들이 신임 회장을 찍은 것이다. 우선 정병걸 이사장 자신이 서울조합 이사장 선거에서 떨어졌으나 올해 말까지 임기가 남아있기 때문에 이번 선거에서 투표권을 행사했다. 경기조합의 양창수 이사장 역시 올해 말을 끝으로 물러나지만 투표권을 행사했다.

대구·울산·강원·충남·제주 이사장 역시 올해 말로 임기가 끝난다. 이중 대구·강원·제주조합은 현 이사장인 이성구·문철·허대훈 씨가 유임됐으나 울산·충남조합은 연합회장 선거가 끝난 직후 열린 7일 이사장 선거에서 현 이사장인 육성호·김종순 이사장이 떨어졌다. 결과적으로 대구·강원·제주조합 이사장을 제외한 서울·경기·울산·충남, 그리고 최종식 현 회장까지 그만두는 5명이 새로운 회장을 뽑은 것이다.

또 내년 1월중에 이사장 선거를 치루는 조합은 부산·경남·경북·전남·전북 등 5곳으로 이중 이사장이 바뀌는 조합도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일부 이사장의 경우 일신상의 사유로 차기 이사장 출마를 포기할 뜻을 비쳐 이사장 교체가 기정사실화 된 조합도 있다.

그만두거나 그만둘 수 있는 이사장들이 새 회장을 선출하는 것이 꼭 부정적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새로운 이사장들에 비해 연합회 사정이나 회장 후보에 대한 인물 됨됨이, 업무수행 능력과 의지를 비교적 잘 알고 있다는 점은 큰 장점이다.

그러나 떠나는 사람들이 투표권을 행사하는 것은 자신의 소신보다는 "난 그만둘 사람인데…"라는 무책임이 작용할 소지가 크고, 이런 점을 노린 부정이 개입될 수도 있다. 정병걸 서울 이사장을 당선시킨 이번 선거에 대해 파문과 논란이 이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며, 연합회가 최근까지 분열과 내분으로 얼룩진 점을 감안할 때 더욱 그렇다. 정비연합회는 지난 10월30일 5명의 후보가 입후보한 가운데 회장 선거를 실시했으나 선거 전날 1명이 후보를 사퇴하고 선거 당일 나머지 4명의 후보가 모두 사퇴하는 바람에 회장을 뽑지 못하는 극심한 갈등을 겪었다.

서울지역 정비업자들은 정 이사장이 연합회장에 당선됐다는 소식에 충격을 감추지 못하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모두 4명이 입후보한 서울정비조합 이사장 선거에서 정병걸 이사장은 참석인원 296명의 12%에 불과한 36표를 획득, 꼴찌로 떨어졌다. 모 서울정비업자는 "다른 시·도 조합 이사장들도 눈과 귀가 있을 텐데 서울에서 꼴찌로 떨어지며 지역에서 검증받은 사람을 전국 회장으로 당선시켰다는 것에 대해 의혹을 저버릴 수가 없다"고 말했다.

정 차기 회장은 올해 말 서울조합 이사장 임기를 마치고, 내년 1월 1일부터 3년간 연합회 회장직을 수행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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