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고충처리위원회와 건설교통부가 화물차 과적에 따른 책임 문제를 놓고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2일 고충처리위원회에 따르면 최근 운전자만 화물 과적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는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화물 과적의 책임소재와 처벌을 명확히 하도록 도로법을 개정하라고 건설교통부에 권고했다.
고충위는 현행 도로법(제83조)상 화물차 과적에 대한 책임은 과적을 지시한 사람과 과적 운전자 모두를 처벌토록 하고 있으나 관행적으로는 운전자가 모든 과적 책임을 떠안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고충위는 화주 등의 운송 위·수탁증 교부를 의무화하고 적재중량 허위 기재시 처벌, 운송회사에 과적지시여부 관련 소명기회 부여 등을 통해 운전자가 부당하게 과적책임을 지는 일이 없도록 도로법을 개정할 것을 건교부에 권고했다.
현행 도로법은 화물을 과적하거나 과적을 지시 또는 요구한 사람 등에 대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고, 해당 화물의 운송회사도 처벌하도록 명문화하고 있다.
하지만 법과는 달리 과실 유무에 상관없이 운전자가 과적에 따른 모든 책임을 지는게 관행처럼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고충위의 판단이다. 화주의 지시로 과적을 한 화물 운전자라 해도 화주를 신고했을 때 거래관계의 단절 등 경제적 불이익을 우려, 운전자가 화주를 신고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는 것.
또 과적 적발 때 운송회사도 함께 처벌하도록 하고 있으나 운송회사는 관리책임이 없다는 이유로 구상권을 행사, 운전자가 운송회사에 부과된 벌금까지 이중으로 부담하는 사례도 빈번하다고 고충위는 지적했다.
고충위는 조사결과 ▲과적지시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화물운송 위·수탁증 비교부 ▲적재중량 허위기재 시 처벌 규정이 없다는 점 등이 운전자가 과적책임을 모두 떠안게 되는 주요 원인으로 지적됐다고 밝혔다.
고충위는 전국화물연합회ㆍ화물연대 관계자 등과의 의견수렴회의ㆍ전자공청회 등을 거쳐 개선방안(권고안)을 마련, 건교부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고충위 관계자는 “화물운송 위·수탁증 교부 의무화와 중량 허위기재에 대한 처벌 강화는 과적을 줄일 수 있는 좋은 방법이고 과적에 따른 책임을 운전자에게만 부과하는 관행도 더불어 개선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건교부는 고충위의 권고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금도 운전자가 과적을 강요한 화주를 신고하면 처벌을 면할 수 있고, 필요할 경우 도로법 대신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을 고쳐 운전자가 화물운송 위ㆍ수탁증을 비치하게 하면 된다는 것이다.
건교부는 고충위의 권고안이 현재의 양벌규정을 단벌로 바꾸는 것이 포함돼 처벌 규정이 완화될 경우 오히려 과적을 유발할 수 있다며 수용 불가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충위는 이에 따라 지난 달 19일 전원위원회를 열어 국회에 제도개선을 제안하기로 의결하고 30일 건설교통위원회 및 소속 의원들에게 제안서를 제출했다.
이와 별개로 건교부에도 기관조정회의 및 민원제도개선협의회를 통해 제도 개선을 요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