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는 자동차보험 가입자들에게 줘야할 대차료 등 231억원을 지급하지 않은 8개 손해보험사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21억9천300만원을 부과했다고 22일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2003~2006년까지 4년 동안 8개 손보사의 미지급 건수는 361만건에 이르며, 삼성화재·동부화재·현대해상·엘아이지손해보험·메리츠화재·제일화재·흥국쌍용화재·그린화재 등 주요 보험사들이 모두 들어 있다.
이들 손보사는 자동차 사고로 피해 차량을 수리하는 동안 가입자에게 대차료(영업용 차량은 휴차료)를 지급해야 할 건수가 550만건이나 되는데도 이 중 316만건(57%), 금액으로는 228억원(추정)을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자동차보험 표준약관에는 가입자가 사고로 다른 차를 빌릴 때는 같은 차종의 렌터카 비용을 대차료로, 빌리지 않고 대중교통 등을 이용할 때는 대차료의 20%에 해당하는 금액을 ‘비대차료’로 지급하도록 돼 있다. 손보사들은 대부분의 가입자들이 이런 사실을 잘 모른다는 것을 악용한 것이다.
손보사들은 또 같은 기간 ‘시세 하락 간접 손해 보험금’ 546건(금액 추정 2억3천800만원)도 가입자에게 지급하지 않았다. 이는 사고로 차량을 수리할 때 사고 차량의 중고 시세가 하락하는 것을 보상해주는 보험금을 말한다.
공정위 관계자는 “손보사들은 보험 가입자가 대차료 등을 청구해야 지급이 가능하다고 주장했지만, 버스비와 지하철비 영수증들을 모아 청구하기는 불가능하다”며 “인정 기준액이란 항목이 있기 때문에 개별적 청구가 없더라도 보험사가 지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보사들은 차량이 크게 파손돼 새 차량을 구입할 때 드는 등록세·취득세 등 ‘차량 대체 비용’ 대부분도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지만, 이는 가입자가 새 차를 산 뒤 지급을 요구해야 하는 항목이어서 공정위는 주의 처분만 내렸다.
이번 공정위 결정에 따라 보험 가입자들의 대차료 등 반환 요구가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시효가 지나 법적으론 반환 청구가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크지 않지만, 손보사들이 지난해 말에서 올 초에 208억원을 돌려준 전례가 있기 때문에 가입자들의 요구에 개별적으로 응할 가능성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또 이번 결정이 행정법원에서 확정되면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손해보험협회는 해명자료를 통해 “대차료 등의 미지급을 부당 이득으로 간주해 과징금을 부과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조처”라며 “관련 법령 등을 검토해 회사별로 행정소송 제기 등 대응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