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당 시절 LPG특소세 폐지 약속 안지켰다" 주장에 발끈
좀처럼 흥분하지 않는 정동영 후보가 지난 12일 버럭 언성을 높였다. 개인택시사업자 단체와 만난 자리에서다.
지난해 택시용 LPG특소세 환급 법안 처리에 대한 얘기가 화근이 됐다.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는 이날 오후 대전개인택시조합 사무실에서 정 후보를 초청해 간담회를 열었다.
간담회는 당초 12시로 예정돼 있었지만 정 후보는 이날 민주당과 통합 논의를 위한 4자회동때문에 12시에야 대전행 KTX를 탔다. 이에 한명숙 고문을 비롯한 선대위 관계자들이 먼저 연합회 관계자들을 만나 정 후보를 기다렸다. 준비한 도시락은 열어보지도 못했다.
정 후보가 도착한 건 오후 1시40분경. 점심을 못먹어 배가 고픈 건 정 후보도 마찬가지였다. 간단한 인삿말을 마치고 일행은 밥을 먹으면서 간담회를 계속 하기로 했다.
조창영 경기조합 이사장이 마이크를 들었다. "정 후보가 대선주자 중 말씀은 가장 잘 하신다"고 말문을 열었다. 칭찬처럼 들리지 않았다. "말만 잘한다"는 건 정 후보가 가장 듣기 싫어하는 평가 중 하나다.
조 이사장은 "열린우리당이 택시 LPG 특소세 폐지한다고 해놓고 (국회 법안 투표때) 기권해버렸다"며 "말만 하지 말고 책임을 져달라"고 요구했다.
여기서 정 후보가 발끈했다. "송영길 의원이 오셨으면 제대로 설명을 하셨을텐데"라며 "제대로 알고 말하라, (특소세)100% 환급은 결국 누가 했나"고 반박했다.
조 이사장이 뭐라고 대꾸하자 "(특소세 폐지 법안을 냈던)한나라당은 인기 영합주의로 그런 것이고"라며 거침없이 쏘아붙였다.
얘기는 지난해 1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6년 마지막 국회가 열렸던 12월 27일,
한나라당 박계동 의원이 택시 LPG 특소세를 폐지하자며 냈던 조세특례제한법 수정안이 부결됐다. 열린우리당이 반대했기 때문. 그 대신 정부와 열린우리당의 개정안이 통과됐다.
개정안은 특소세 폐지가 아니라 택시기사에게 기름값 75%까지 주던 유가 보조금을 100%로 늘리겠다는 게 골자였다. 정 후보가 "100% 환급했다"고 말한 게 이 내용이다.
당시 개정안을 주도했던 사람이 송영길 당시 우리당 의원. 이에 택시 LPG 특소세 폐지안과 유가보조금 100%안은 각각 '박계동 법안'과 '송영길 법안'으로 불리며 화제를 모았다.
간단히 세금을 '폐지'하면 될텐데 왜 복잡하게 '보조금'을 지급하겠다고 했던 걸까. 결정적인 이유는 택시 LPG 특소세 폐지가 또다른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면세 LPG와 과세 LPG를 어떻게 구별할지, 면세 LPG가 불법 유통될 가능성은 없는지 등이었다.
이날 정 후보 옆에 앉아있던 한명숙 선대위 고문은 "다른 여러가지, 형평에 문제가 있어서 다른 방법으로 하자는 것이었다"며 "나중에 100% 환급은 열린우리당이 했으니 정확히 알아달라"고 부연했다.
정 후보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 한나라당 출신 이회창 후보에 밀려 지지율 상승에 제동이 걸린 상황. 이런 때에 "한나라당이 특소세를 폐지하자고 했는데 우리당이 딴지를 걸었다"는 '억울한'(?) 얘기가 나오자 그만 평정심을 잃은 셈이다.
정 후보는 앞서 인삿말에서 "택시를 대중교통으로 규정하고 택시의 수요공급을 조절해 택시행복시대를 열겠다"며 "만약 12월19일 당선이 되면 12월20일 택시를 타고 택시기사와 대화로 당선자로서 첫날을 시작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