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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가시대…소형택시 도입 외면
  • 이병문 기자
  • 등록 2007-11-12 23:2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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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동차메이커들 기피, 정부도 정책의지 없어
기름값이 급등하면서 에너지 절약을 위해 중형차 일색인 영업용 택시에 소형차 도입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현재 전국에 운행중인 택시는 현대차의 쏘나타, 기아의 로체 등 중형차 일색이다. 연료 효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소형이나 준중형 택시는 찾아 볼 수가 없다.

시민들 중에는 소형택시가 보급되면 이용하겠다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요금이 저렴해지면 굳이 중형택시를 이용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찬반 논란이 있긴 하지만 소형택시 운행을 희망하는 택시사업자들도 적지않다. 차값 자체가 싼데다 타이어 등 소모품도 덜 들며 연료비도 크게 절약할 수 있어서다.

이렇게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는데 왜 소형택시가 도입되지 않는 것일까? 우선 가장 큰 문제는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1,500CC 미만의 LPG 차량을 생산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영업용 택시 수요만을 보고 소형차를 생산해봐야 남는 게 없다는게 메이커측의 말이다. 자동차메이커 관계자는 "택시판매는 일반 승용차의 이익에 훨씬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소형택시를 생산하다간 자칫 손해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정부와 지자체들의 정책 의지 부족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소형택시가 나오면 좋다고는 생각하고 있으나 이를 뒷받침할 정책 검토는 전혀 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서울의 한 택시업체는 1,600CC 휘발유 차량을 구입한 뒤 LPG 차량으로 개조해 운행하고 있다. 2,000CC LPG 차량보다 차 값이 더 비싸고 120만원에 달하는 개조비용이 들지만 연료비 절감으로 얻는 효과가 더 크기 때문이다.

최근 부산시도 이런 장점을 받아 들여 내년에 1천대 가량의 소형택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부산시는 소형택시가 2천cc급 중형택시에 비해 연료비를 20% 가량 절감할 수 있고 요금도 중형에 비해 80% 수준에서 책정될 예정이어서 주부나 학생 등이 선호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전국택시연합회의 분석에 따르면 배기량 1,500cc 미만의 소형 LPG차량과 2,000cc 중형 LPG차량간 연간 비용지출 차이는 대당 약 1천122만원으로 소형 차량 도입시 그만큼 업계의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택시연료인 LPG값은 지난 1일부터 종전 ℓ당 784.9원에서 817.9원으로 33원(4.2%)이 인상돼 사상최고를 기록했다. 택시 사업자의 연료비 부담은 날로 커지고 있는 판이다.

정부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정책의지와 자동차 제조업체의 협조가 없다면 현재와 같은 고유가 시대에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는 소형택시의 도입은 사실상 불가능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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