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 전부터 아시아와 유럽의 교역로 역할을 해오다 지금은 거의 사라진 비단길이 21세기에 철도와 도로로 되살아나게 됐다.
20일 외신에 따르면 중국과 중앙아시아 국가 등 8개국은 이달초 필리핀 마닐라에서 고위 실무회의를 열어 베이징에서 유럽을 잇는 철도와 도로를 공동건설하는 이른바 현대판 실크로드 프로젝트를 추진키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중국과 몽골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아프가니스탄 우즈베키스탄 아제르바이잔 등이 참여하는 이번 프로젝트는 모두 192억달러(17조8천억원)가 소요되며 내년에 착공돼 10년 뒤인 2018년에 완성된다. 8개국은 오는 11월 타지키스탄에서 각료급 회의를 열어 프로젝트를 공식승인할 예정이며 현재 러시아에도 프로젝트 참가를 요청해놓은 상태다.
현대판 실크로드는 유라시아 대륙에서 상대적으로 낙후됐던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최근 자원개발 등을 통해 성장세로 접어들고 있고, 동아시아와 유럽 각국들도 물류비용과 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다는 취지에서 추진돼왔다. 특히 국가 균형발전 차원에서 신장지구 등 서부 오지 개발을 주요 국가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중국과 2015년까지 1만4천㎞에 달하는 철도 현대화 사업을 벌이고 있는 카자흐스탄의 경우 이번 프로젝트가 자국의 이해관계와 정확히 맞아떨어져 프로젝트 성사를 위해 가장 적극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전체 사업의 3분의 1 정도를 담당하게 된다.
국제금융기관들도 이 프로젝트의 사업 타당성이 높다고 판단,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이슬람개발은행(IDB)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WB) 유엔개발계획(UNDP) 등이 전체 투자액의 절반 가까이를 융자할 계획이다. ADB측은 “유럽과 아시아간 교역액은 연간 1조달러(926조원)에 이르지만 현재 중앙아시아를 통과하는 교역액은 아직 전체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실크로드가 완성되면 물류망으로서 성장잠재력이 뛰어남을 시사했다.
노선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베이징부터 유럽까지의 전체 구간을 6개 정도의 핵심구간으로 나눈 뒤 각 구간에 철도나 도로를 놓아 전체를 잇는 방안이 일단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동서 기본축과 함께 러시아와 남아시아를 잇는 남북구간이나 중동 주요국을 잇는 부분 교통망도 만들어 보다 넓은 지역을 물류망에 포함시킨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