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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도급택시 근절책 관건은 '돈'
  • 이병문 기자
  • 등록 2007-09-11 22: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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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상 영업으론 수지타산 맞추기 힘들어
<세제감면·재정지원·구조조정 등 필요>

최근 잇따라 터진 살인사건의 용의자들이 '도급택시'를 이용한 것으로 밝혀진 뒤, 한밤 중의 택시기사는 모두 가상의 범죄 용의자가 되고 있다. '도급택시' 여부를 떠나 모든 택시회사들 역시 범죄의 온상이라는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서울시는 도급택시를 뿌리 뽑기 위한 대책을 내놨다. 1년간 특별단속, 신고포상금제 같은 것들이다. 하지만 '도급택시'를 이용한 비극을 막을 수 있는 길은 '돈'이다. 그럼에도 정작 문제는 얼마나 더 많은 범죄와 희생이 있어야 이 당연한 상식이 정책으로 받아들여질지 모른다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대한민국의 진정한 비극이다.

▶도급택시가 생기는 이유

택시회사들이 도급제를 운영하는 이유는 기사를 정식으로 고용하는 것보다 훨씬 이득이 되고 정식신고도 돼있지 않아 탈세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다 근원적인 이유는 정상적인 영업으로는 회사의 수지타산을 맞추기가 힘들다는게 업계의 정설이다.

지하철 확충 및 대리운전 등으로 택시수요가 급감하면서 택시사업의 수익구조 자체가 갈수록 열악해지고 있다. 그런데 정부와 지자체는 꾸준히 택시를 증차해 왔다.

줄어드는 택시수요에 비해 늘어나는 택시공급은 자연스럽게 택시간 치열한 경쟁을 촉발시켰다. 부실 업체들은 돈이 많이 드는 서비스 향상으로 경쟁하기 보다는, 도급제 불법운행 쪽으로 경영의 돌파구를 찾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여기에 공식 월급 받기를 꺼리는 신용불량자 또는 무자격자들이 도급택시를 원해 회사와 기사간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다.

회사는 정상적인 운영으로는 수지타산을 맞추기 힘들어 일정 수익이 보장되는 도급택시를 내주고, 도급택시기사는 수입을 올리기 위해 총알택시나 합승거부와 같은 불법을 저지르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고 많은 돈을 버는 것도 아니며 무리한 운전으로 건강까지 해치게 된다.

정식 운전기사도 수입이 형편없기는 마찬가지다. 한달 뼈빠지게 일 해 봐야 150만원, 심지어 100만원도 안되는 수입을 손에 쥔다. 이러니 한시바삐 택시운전을 그만둘 생각을 하게 되고, 택시회사는 운전기사 구하기가 더욱 어려워 진다. 운전기사가 귀해도, 좋은 대접을 하지 않으니 다시 운전기사가 부족해지는 악순환이다.

▶택시사업 수익구조 갈수록 열악

택시기사에게 노력한 것만큼의 합당한 대우가 시급하다. 최소한 지난해 전체 근로자의 평균 연봉인 2천780만원에라도 맞추는게 급선무다. 이와 함께 충분한 휴식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택시회사가 돈을 많이 벌어야 하며 최소한 수지타산을 맞춰야 한다. 하지만 택시사업에 대한 규제상 회사나 기사가 자력으로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기본적으로 요금 현실화 또는 세제감면이나 재정지원 등이 이루어져야 하며 구조조정도 필요하다.

지금처럼 열악한 택시영업 상황에서는 도급택시가 근절될 수 없다. 택시승객 감소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도급택시를 이용한 흉악범죄가 발생하면서 불신이 확대된 택시업계는 더욱 불황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어려워진 택시회사가 경비 절감을 위해 도급제를 계속 활용할 것이고 이를 악용하는 범죄자가 계속 나타날 수 있는 등 '악순환의 고리'가 끊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당국의 시퍼런 단속의 눈길에 도급택시가 당분간 움추려들 수도 있겠지만 정상적인 영업으로 회사의 수지타산을 맞추기가 힘든 이상, 도급택시는 지속될 수 밖에 없다. 결국 관건은 '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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