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사가 10년 만에 무분규로 임ㆍ단협을 전격 타결한 것은 일단 다행스러운 일이나 이번 노사합의 내용에 대해서는 염려를 씻을 수 없다.
노조는 지나치게 많은 것을 요구했고 사측은 이에 끌려다니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번에 임금 7만8천원 인상과 성과급 300%, 일시금 100만원 지급 등 사측이 내놓은 일괄 제시안은 다른 국내 자동차 회사들에 비해 파격적인 것이었다. 그런데도 노조는 이보다 더 많은 것을 요구해 결국 임금 8만4천원(기본급 대비 5.8%) 인상과 성과급 300%, 일시금 200만원 지급, 초과근무 수당 3% 지급, 무분규 격려금으로 현대차 주식 30주 부여 등에 합의가 이뤄졌다.
임금뿐 아니다. 정년 58세에서 59세로 연장, 호봉제 완전 도입, 내년 10월부터 전주공장 주간 2교대 시범 도입 등 노조는 더 많은 것을 얻어냈다. 그러면서도 임금피크제 도입 등 사측 요구 사항은 거의 채택되지 않았다. 파업만은 막아야 한다는 사측의 일방적 패배인 셈이다.
노조가 파업 으름장만 놓으면 무엇이든 얻을 수 있는 식의 노사 합의는 결국 회사 존립을 위태롭게 할 것이다. 세계시장에서 일본 등 경쟁국 차에 밀리고 생산성은 제자리에, 실적은 악화일로에 있는데 임금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으니 현대차 앞날이 어떻게 될지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
근로자 복리후생 수준이 다른 대부분 직장보다 높은 현대차 노조가 끝없는 요구를 계속한다면 결국 회사가 버텨낼 재간이 없을 것이다. 친환경차, 미래형 자동차 개발에 들어갈 돈은 어떻게 조달할 것인가. 오늘만 잘 지내면 되고 내일은 나몰라라 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