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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택시 노사 ’사내 복지택시‘ 추진 논란
  • 이명철 기자
  • 등록 2020-12-07 08: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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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운전자 법적 지위 불확실…정부·민택노조·개인택시 반대 무릅쓰고 강행

택시회사 차고지에 있는 택시차량들.(교통일보 자료사진)

택시 노사가 추진하는 ’사내 복지택시‘가 논란을 빚고 있다. ‘사내 복지택시’는 택시회사가 운송사업면허를 기사에게 임대하고, 일정 금액을 리스비(임대료)로 받는 방식이다. 택시기사는 리스비를 회사에 납부하는 대신 개인택시처럼 자유롭게 영업할 수 있다. 

 

전국택시연합회(이하 연합회)와 전국택시노련(이하 전택노련)은 지난 10월22일 대구에서 중앙 노사협의회를 갖고, ‘사내 개인택시’를 도입하는 내용의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이어 세부사항을 논의하기 위해 택시 노사 소위원회를 구성했다. 

 

소위원회는 노조 측에서 강신표 전택노련 위원장 및 서울·부산·대구·대전·경기 지역본부 의장, 연합회 측에서 박복규 회장 및 서울·부산·경기·전북·대전 사업조합 이사장으로 구성됐다.

 

소위원회는 지난 11월17일 1차 회의를 갖고 ‘사내 개인택시’ 용어를 ‘사내 복지택시’로 바꿨다. 기존 개인택시업계의 반발을 최소화하고, 앞으로 법령 개정 추진 시 대국회 설득 작업을 위해 거부감이 덜 드는 이름으로 바꾼 것으로 보인다. 

 

또 내년 2, 3월 중 국회 입법발의를 통해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이하 여객자동차법)과 택시운송사업의 발전에 관한 법률(이하 택시발전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법률 개정 시행 후에 사내 복지택시 시범운영에 들어가는 한편, 택시 노사 상생기금을 조성하기로 했다.

 

상생기금은 택시 노사 상생협력을 위한 것으로, 사내 복지택시 운행 대수별로 월 일정 금액을 조성할 방침이다. 일선 사업장에서 거둔 돈은 시·도 사업조합→연합회→전택노련으로 전달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연합회와 전택노련은 일선 사업장을 대상으로 위임장 수령에 들어갔다. 위임장은 사내 복지택시 시범운영 및 상생기금 도입에 동의한다는 내용이다. 이달 중 위임장 수령을 끝내고, 확보한 위임장을 근거로 내년 1월 중앙 노사 합의문을 체결할 예정이다. 

 

연합회는 사내 복지택시 운영을 위한 논리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지난 7월 ‘한국형 택시경영 및 근로 형태 다양화’를 주제로 연구용역을 발주해 현재 마무리 단계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용역 결과와 중앙 노사 합의문을 국회에 제출해 법률 개정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연합회는 사상 유례없는 회원사 택시업체의 경영난을 돌파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사내 복지택시라는 카드를 꺼냈다. 전택노련은 장기 근속자의 근로환경 개선을 위한 새로운 형태의 택시 운영 모델을 개발하고 도입해 보자는 취지다.

 

두 단체는 사내 복지택시 도입을 통해 새로운 근로 의욕 고취와 승객에 대한 서비스 개선 효과를 도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상당수 일선 택시업체들이 의문을 갖고 있는데다 정부 및 전국민주택시노련과 개인택시업계의 강한 반대로 당초 계획대로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일선 택시업체들은 사내 복지택시 기사의 신분이 근로자인지 개인사업자인지 불확실하다는 우려가 높다. 서울택시업체 한 관계자는 “만약 사내 개인택시가 도입되더라도 운전자의 법적 지위가 불확실해 현재 최저임금 소송을 겪는 것처럼 나중에 심한 후유증을 겪을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전국의 택시업체들은 지난해 4월 대법원이 택시회사의 운전기사 소정근로시간 축소를 무효라고 판결한 뒤 최저임금 소송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대법원은 “고정급은 그대로 둔 채 소정근로시간을 대폭 줄여 최저임금 수준을 맞춘 택시회사 취업규칙은 무효”라고 판결했으며 최저임금 미달액을 지급하라는 택시기사들의 소송이 줄을 잇고 있다.

 

연합회와 전택노련은 ‘사내 복지택시 운전자 신분은 근로자’라고 명확하게 밝혔다. 사내 복지택시는 현재로서는 명의대여 이용금지, 전액관리를 통한 월급제, 운송비용전가 금지 등을 규정한 여객자동차법과 택시발전법 위반이다. 이 때문에 이들 법률 개정을 추진하는 것이다.

 

하지만 복지택시 기사가 근로자라면 이외에도 근로기준법을 비롯해 최저임금법,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 등 적용받아야 할 법률이 많이 있다. 단순히 노사 합의와 여객자동차법·택시발전법을 고친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다. 택시 노사 일각에서 너무 비현실적인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연합회는 일단 계획대로 추진하면서 이달 중 나오는 연구용역 결과를 보고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택시업무를 주관하고 있는 국토교통부는 사내 복지택시에 대한 반대 기류가 강하다. 국토부는 올해부터 사납금을 폐지하고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수입금 전액관리 월급제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라 사실상 도급·지입제라고 할 수 있는 택시 노사의 이런 제안을 수용하기에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연합회와 전택노련도 이 같은 점을 잘 알아서인지 정부 창구보다는 국회를 통한 법률 개정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이 과정에서 국토부와 충돌하면서 택시정책방향이 엉뚱한 곳으로 흘러갈 우려가 엿보인다.

 

택시노조와 택시업계의 또 다른 한 축인 전국민주택시노련과 개인택시업계도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민주택시노련은 연합회와 전택노련이 사내 개인택시를 도입하는 내용의 공동선언문을 채택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후 곧바로 이를 규탄하는 성명서를 내고 선언문을 폐기하라고 촉구했다. 

 

민주택시노련은 “사내 개인택시는 택시노동자에게 유류비·차량수리비·사고비 등 운송비용을 전가하고 도급료만 챙기는 지입·도급택시의 부활”이라며 “택시노동자를 노동법 적용도 못 받는 특수고용직으로 전락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택시업계 스스로가 면허제를 부정해 면허제 진입장벽이 무너지고, 경쟁력을 상실한 택시업계는 결국 붕괴될 것”이라며 “불법 택시면허 임대를 사내 개인택시로 위장해 택시노동자들을 현혹하지말라”고 강조했다.

 

개인택시업계도 기존 개인택시업권이 침해당할 것을 우려해 사내 복지택시에 반대하고 있다. 개인택시면허 가격이 내려갈 것이라는 우려가 높은데다 과거 지입택시들이 모두 개인택시로 전환된 사례 등을 들며 그냥 보고만 있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서울개인택시조합은 사내 개인택시에 대한 입장문을 내고 “지난날 택시를 도급으로 빌려 온갖 중대 범행이 발생해 택시 위상이 추락했다”며 “리스제 유형의 불법은 아무리 개선을 한다하더라도 사업면허권자가 택시를 빌려주는 행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법인택시업계는 불법을 조장할 게 아니라 올바른 택시문화 정착을 위한 정책 개발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전국 일선의 택시업체 노사는 일단 중앙 노사가 합의한 만큼 대놓고 반대하기가 어렵지만, 불만을 나타내는 곳도 많다. 

 

서울 택시업체 노조 조합장 A씨는 “사내 복지택시는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보여진다”며 “연합회와 전택노련이 왜 이런 비현실적이고 말도 안되는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경기도 택시업체 사장 B씨는 “연합회와 택시노련은 이미 3년 전에도 사내 개인택시를 도입키로 합의했었으나 파문을 일으켰고, 여론의 지탄을 받아 무산된 바 있다”며 “이번에 재차 추진하겠다는 것은 연합회의 한계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서울 택시업체 사장 C씨는 “지난 1999년부터 현재까지 22년간 장기집권하고 있는 박복규 연합회장이 내년 초 차기 회장선거에 또 다시 당선되기 위해 되지도 않을 명분을 만들고 있다”며 “택시업계 쇄신과 발전을 위해서는 박 회장이 먼저 자리에서 내려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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